마음이 슬플 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한 끼처럼 느려지고 싶다
급하게 먹는 건 피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나는 몹시 급한 사람
나는 나를
가장 채근하는 사람
삼십 대 후반이 될수록
갑작스러운 모험이 꺼려졌다
내일은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를 구경할 것이고
지방간을 줄이려 운동을 할 것이고
그저
소소한 사건들
이길 수 없을 것 같을 땐
왜소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략)
온통 이길 수 없는 것투성이다. 왜 이길 수 없나, 스스로를 원망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는 급기야 방 한구석으로 나가떨어진다. 잠이나 잤으면, 세상모르고 잤으면…. 그러다가도 나는 금세 나로 돌아와 또다시 스스로를 채근한다. 이런저런 싸움들 앞에 기진한 자신을 세워둔다.
“이길 수 없을 것 같을 땐 왜소해져야겠다” 하는 다짐. 더 작게, 더 단순하게 삶의 순간순간을 꾸려갈 것. 늦잠을 자고 일어나 천천히 밥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공원을 산책할 것.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실 것.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것. 소소하다면 소소한, 그러나 어쩐지 사치처럼 느껴져 미루기 일쑤였던 일상의 여러 소중한 일들이 지친 나를 조금씩 낫게 할 것이다. 자잘하게 이는 물결이 무거운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될 것이다. 이기지 않아도 그만인 채로, 이 삶을 추동하는 순수한 힘.
박소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