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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공안증(恐安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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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여제’ 안세영(24)은 등장부터 강렬했다. 만 15세가 되던 2017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8전 전승을 거둬 충격을 줬다. 중3이 선발전을 통과한 것도 놀랍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전례가 없다. 소문난 악바리라 훈련량이 지독하다. 100kg 이상 무게로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등 하체 근력 운동을 하고, 코로나 사태로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 없을 땐 아파트 45층까지 하루 7번씩 걸어 올라갔다. 워낙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데다 크로스 헤어핀과 대각 스매싱 같은 공격 기술이 크게 향상돼 완성형 선수에 가까워졌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그제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인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2위 왕즈이(중국)를 43분 만에 세트 스코어 2-0으로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불과 일주일 전 말레이시아 오픈 결승에서 맞붙었던 왕즈이를 다시 물리쳤다. 왕즈이를 상대로 지난해부터 10연승을 거둘 만큼 압도적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상대에게 내주지 않은 ‘퍼펙트 우승’이다. 대회를 치를수록 진화하는 게 놀랍다.

‘배드민턴 최강’ 중국은 공안증(恐安症·안세영 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축구에서 연령별 대표팀을 중심으로 공한증(한국 공포증)을 차츰 극복 중인 것과 달리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안세영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여왕의 기운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시간의 흐름 외에는 그 누구도 그를 꺾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탄식했다.

안세영은 지난 시즌 남녀 단식 통틀어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11승)을 비롯해 역대 최고 승률(94.8%), 역대 최초 누적 상금 100만 달러 돌파라는 ‘대업’을 이뤘다. BWF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안세영의 시즌 마지막 우승 후 ‘The YOUNG GOAT(역사상 최고 선수)!’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도 안세영은 “아직 내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놀랍게도 올 시즌 목표로 ‘전관왕 및 승률 100%’를 제시했다. 안세영의 적은 자신과 시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