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사례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농촌의 치매 노인 관련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농촌에 살고 있는 고령층은 ‘나홀로’ 가구가 많아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데다 1차 관리기관인 치매안심센터를 잘 알지 못하는 등 정보 접근성도 떨어져 보호체계 밖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농촌에는 75세 이상 초고령 노인 비율이 높아 치매 유병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하는 한편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 관리체계를 보다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지난해 발표한 ‘초고령사회 농촌의 치매관리 실태와 개선과제’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치매 인구는 지난해 97만명에서 올해 101만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이후 2044년 201만명으로 200만명을 돌파한 뒤 2059년 약 234만명을 기록,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된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농촌은 치매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농촌에 75세 이상 초고령층 노인의 비율이 높고, 오랜 기간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특성 탓이다. 실제 농촌 노인 중 인지기능저하자는 2023년 27.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도시 노인 중 인지기능저하자 비율은 22.7%에 그쳤다. 또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 비율은 농촌에서 2014년 2.6%에서 2023년 2.8%로 증가했지만 도시의 경우 2014년 2.8%에서 2023년 1.7%로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카니카 아로라 박사 연구팀이 2021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농업을 포함한 어업, 산림업에 오래 종사한 경우 치매를 앓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 대비 46% 증가했다.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와 농약 노출 등 주변환경이 치매를 발현하는 배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아울러 치매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지 않아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고, 독거나 노인부부 유형의 가구 비율이 높다는 점도 농촌 노인의 치매 위험성을 키우는 배경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12월1일 기준 전체 농가에서 1인가구 비중은 23.6%였는데, 농가 경영주 중 70세 이상이 49만5000가구로 전체 농가의 50.8%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농촌 치매관리 여건은 오히려 열악했다. 정부의 치매 대응체계를 보면 전국 256곳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가 일차적으로 사례관리, 조기검진, 맞춤형 상담을 담당하며 핵심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치매안심센터 1개소당 관할해야 할 지역면적은 농촌이 556.1㎢로 나타나 대도시(43.0㎢)나 도시(334.1㎢) 대비 넓었다. 기초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부터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열악한 교통여건 역시 농촌 노인들이 치매 검진과 관리 프로그램 참여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농경연 연구진이 만난 한 기관 종사자는 “골짜기에 사는 분들은 저희 센터에 오실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동이 여의치 않은 탓에 치매안심센터에서 1차 선별검사 후 종합병원 등에서 2·3차 검진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진은 “치매안심센터에 치매검진을 위한 이동지원서비스가 별도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가족구성원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자녀와 떨어져 혼자 또는 부부만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농촌 노인은 이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농촌에서는 치매에 대한 편견도 여전했다. 치매를 “미쳤다”고 표현하거나 노인일자리 참여 자격 탈락 등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쉬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관심을 낮추고 검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치매안심센터를 ‘잘 알고 있다’는 농촌 치매 노인의 비율은 9.2%에 머물러 도시 치매 노인(30.0%)보다 크게 낮았고, 치매 치료 관리비 지원사업에 대한 인지율도 농촌 치매 노인은 6.2%로, 도시(30.0%)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인력이 부족한 탓에 개별 노인에 대한 맞춤형 사례관리는 ‘언감생심’이었다. 한 종사자는 “중앙치매센터에서 사례관리 등 자원 연계를 주목적으로 관리를 많이 하라고 말을 하는데, 농촌의 경우 자원이 많이 한정돼 있다”면서 “그 한정된 자원 안에서 어르신들한테 정보 안내를 해주고 그 서비스를 연계하기까지 사실 좀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에 맞춤형 송영서비스와 같이 치매관리가 필요한 노인의 이동 편의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안심센터가 기초지자체당 1곳 정도로 드문드문 설치된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도 쉽지 않은 만큼 지역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송영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운수업체가 협력해 운영 중인 ‘100원 택시’, 수요응답형(DRT) 버스 등을 치매관리 서비스와 연계해 확장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40개 지자체에 구축돼 있는 2388개의 스마트 경로당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마트 경로당은 멀리 떨어진 복지시설을 방문할 필요 없이 인근 경로당에서 화상플랫폼을 활용해 문화·여가·건강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를 치매관리 서비스와 접목하면 정보전달이나 선별검사 등 적시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밖에 치매 환자 및 가족의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본에서 도입된 ‘치매카페’를 벤치마킹하는 방안, 치유농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주요 대책으로 꼽혔다.
김수린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촌의 경우 치매안심센터까지 가는 교통이 나빠 실질적으로 기관은 있지만 서비스 전달에 있어서 도시보다 현격히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찾아가는 서비스도 인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 현장에서는 난감해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비대면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