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지막까지 시민과 함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3선 도전을 포기한 정장선(67) 경기 평택시장이 마지막 신년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이번 임기를 끝으로 모든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30년 정치인생을 마무리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지 4개월 만입니다.
이날 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 시장은 올해 시정 운영 방향을 담담하게 소개했습니다. 마치 내년에도 시장으로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재선 도의원과 3선 국회의원, 다시 재선 시장으로 무려 7차례나 평택시민의 선택에 응했던 그는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일찌감치 작별인사를 고했습니다.
◆ “평택은 여전히 성장…‘살기 좋은’ 강소도시가 목표”
그가 시정에 관여했던 30년 가까운 시간은 평택의 지도를 바꿨습니다. 중단 없는 전진을 위해 이제 정 시장은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합니다. 떠나는 순간까지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겠다는 다짐입니다.
정 시장은 20여년 전 ‘미군 이전 평택지원특별법’을 설계한 당사자입니다. 군사·산업·환경 도시의 기반을 쌓았고, 반도체·수소·자동차 등을 앞세운 거대 복합도시를 건설했습니다. ‘캠프 험프리스’는 대한민국 안보의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애틀·보스턴처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강소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정치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는 고백만 남았습니다.
지난해 통합 30주년을 치른 평택시는 실제로 괄목할 만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2018년 이후 지난 민선 7, 8기를 거치며 정체돼 있던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도시 기반을 확충했습니다. 미래산업 육성도 궤도에 올렸죠. 평택호 관광단지 개발,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조성, 국제학교·카이스트·아주대병원 유치, 대중교통 체계 개편 등입니다. 2023년에는 국가 반도체 특화단지에 지정됐고, 2024년 광역급행철도(GTX)-A·C 노선 연장 확정과 평택역 복합광장 착공까지 굵직한 성과들이 쌓였습니다.
의료 분야에선 아주대병원 중심의 의료복합타운 조성과 함께 화양지구 종합병원 유치를 이뤘습니다. 서부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정원도시 구축이란 환경 정책 역시 이목을 끕니다. 정 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1000개의 크고 작은 정원을 만들고, 그린웨이 30년 종합계획을 추진해 도시숲·녹지벨트·정원도시를 구축하겠다”며 “젊은 층이 계속 유입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브레인시티와 고덕신도시 개발로 인구 증가에 속도가 붙으며 지난해 66만명을 달성한 평택 인구가 2040년까지 105만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역 내 총생산(GRDP)은 이미 도내 4위까지 올라섰죠.
정 시장은 “평택을 인구 100만의 경기도 대표 첨단산업 도시로 도약시키는 기반을 완성하는 게 임기 내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선 8기가 마무리되는 올해 시정 6대 핵심 방향으로 △민생 우선 지역경제 활성화 △경제자족도시 및 미래첨단산업 육성 △생활이 편리한 균형 잡힌 도시 △녹색 환경도시 조성 △즐길거리가 풍부한 국제문화도시 △미래를 여는 교육과 따뜻한 복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국가 첨단산업의 핵심 거점인 삼성 평택캠퍼스와 관련해 P5 공사 재추진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종합장사시설 조성 사업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정치는 어렵고 힘든 과정”…시민으로 백의종군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 시장의 시정 최고 책임자로서 여정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는 평택과 남다른 인연을 맺었습니다. 평택 토박이로 중학교 때 상경해 대학을 마치고 정당 사무직 요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죠. 이어 청와대 최연소 정무과장, 경기도의원, 국회의원(3선)을 거쳐 2018년 이후 평택의 살림을 책임져 왔습니다.
지난해 시장실에서 독대한 정 시장은 “인구 66만의 평택을 무조건 인구 100만 대도시로 키우기보다 미국 시애틀이나 보스턴처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강소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하면 서울, 부산뿐 아니라 평택이 튀어나올 수 있게 만들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미군 이전에 따른 평택지원특별법’(2004년)을 발의한 주인공입니다. 지역의 거센 반발에도 미군 이전을 미래성장을 위한 ‘기회’로 삼았습니다. 덕분에 가장 큰 해외미군부대인 ‘캠프 험프리스’와 공군작전사령부, 해군 2함대를 품은 군사도시이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고덕국제신도시, 브레인시티, 평택항 수소기지 등을 지닌 거대 복합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정 시장은 민주당 사무총장 임명 이듬해인 2012년 당시 김진표·남경필·홍정욱 의원 등과 국회 선진화법 제정에 관여한 ‘소장파’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당 사무총장은 원내대표와 당 대표 사이의 직급 정도입니다.
그는 지난해 만남에서 정치인의 삶을 묻는 말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게 우리 정치이고 그만큼 예측하기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며 “내가 정치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 이런 (물음에) 분명히 답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갈수록 어렵고 정치적 성공이라는 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털어놨습니다. “(의원으로서) 5, 6선 ‘선수’나 (시장으로서) 재선, 3선이 자랑은 아니며 무조건 존경스러운 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했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지역 민주주의를 위해 ‘백의종군’(白衣從軍)하는 정 시장의 선택과 도전에 존경과 박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