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하루 1시간의 대가?”…5년 뒤 거울 속 내 모습 달라진 이유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당신이 의자에 앉아 흘려보낸 시간, 몸은 이미 ‘적신호’를 켜고 있었다

오전 9시, 서울 강남의 한 IT기업 사무실. 출근 직후 자리에 앉은 직장인 이모(38) 씨는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처음 자리에서 일어난다. 회의는 화상으로, 보고는 메신저로 대신한다. “하루 종일 의자에서만 움직이는 날이 많아요. 퇴근할 때쯤 되면 허리가 굳어 있는 느낌이 확 옵니다.”

 

디지털 업무 환경이 일상이 되면서 ‘좌식 하루’가 표준 근무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씨의 일상은 낯설지 않다. 업무 방식이 디지털로 정착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근무’는 어느새 표준이 됐다. 문제는 이처럼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도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새 하루 1시간 증가…의자 위에서 사라진 시간

 

20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국내 성인의 하루 평균 좌식시간은 최근 5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 2018년까지만 해도 8시간대였던 수치는 2023년 9시간 수준까지 올라섰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 한 시간이 더 ‘의자 위에서 사라진’ 셈이다. 업무 시간뿐 아니라 퇴근 이후까지 화면 앞에 머무는 생활이 겹친 결과다.

 

청소년층에서는 이 흐름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부 시간이 줄어서가 아니다. 학원 수업이 끝난 뒤에도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앉아 있는 상태’가 하루를 관통하는 기본 자세가 됐다.

 

전문의들은 좌식생활의 문제를 단순한 자세 불량으로 보지 않는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순환이 떨어지고, 대사 기능에도 부담이 쌓인다. 고혈압·당뇨병·심혈관 질환 위험이 함께 높아지는 이유다. 일부 암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연구도 꾸준히 나온다. 몸은 분명히 반응하고 있는데, 생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WHO가 먼저 경고했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더 움직여야”

 

이 같은 흐름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경고한 곳 중 하나가 세계보건기구다. WHO는 몇 해 전 좌식행동과 신체활동을 함께 다룬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의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일주일 단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유산소 활동을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좌식생활이 혈액순환 저하와 대사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운동’이라는 단어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숨이 조금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문제는 강도가 아니라, 하루 중 몸을 쓰는 시간이 아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운동 강도보다 중요한 건 일어나는 시간”

 

보건당국 역시 이 지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최근 좌식시간 증가를 주요 건강 위험 요인으로 꼽으며,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신체활동 지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운동을 하라’는 구호보다, ‘덜 앉아 있게 만드는 환경’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

 

변화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점심시간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하는 것만으로도 몸은 반응한다. 하루 대부분을 의자 위에서 보내는 생활이 당연해진 지금, 건강을 지키는 출발선은 의외로 단순하다. 잠깐이라도, 일어나는 것. 몸은 이미 그 신호를 여러 번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