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제 출범 1주년을 맞았다.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80년 가까이 존속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야 익히 예상된 것이지만,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에 속한 그린란드까지 탐낼 줄은 미처 몰랐다. 동맹과 우방국을 존중하지 않고 거래 잣대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전후 미국이 설계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스스로 뒤집은 트럼프의 행보는 군비 경쟁을 촉발하며 각자도생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8개국은 최근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보냈다. 미국이 “우리가 아니면 러시아 또는 중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그린란드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일종의 ‘반미 연대’로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은 8개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은 관세율이 10%이지만 장차 25%로까지 올리겠다니, 사실상 유럽 동맹국들을 ‘적’으로 간주한 셈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을 오랫동안 결속해 온 나토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대서양 동맹 붕괴 조짐은 태평양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국·일본·필리핀 등 미국과 개별적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나라들 입장에선 ‘유사시 과연 미국이 동맹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국으로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당장 엊그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만 해도 사설을 통해 “북한 비핵화는 비현실적인 목표”라며 미 행정부에 북한과의 핵 군축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하지 않았나.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직면한 한국엔 미국의 핵우산이 꼭 필요하다. 기존의 한·미 동맹을 굳건히 지켜나가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린란드 사태에서 보듯 미국이 자국 국익을 위해 안보 공약을 축소하고 우리에게 대중 견제의 일익을 담당하도록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동맹의 ‘보완재’로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과도 안보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하겠다. 안보·통상의 불안정성이 커진 만큼 한국으로선 이른바 ‘미들 파워’와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