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남정훈 기자] 8주 진단을 받았는데, 4주도 채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그야말로 괴물같은 회복력이다. 대한항공의 토종 에이스 정지석이 발목 인대 파열에서 빠르게 회복해 코트에 복귀했다. 비록 복귀전에서 대한항공은 셧아웃 패배를 당했지만, 정지석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뛸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다시 한 번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2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한국전력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20-25 21-25 18-25) 완패를 당했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대한항공은 승점 45(15승8패)에 그대로 머물며 2위 현대캐피탈(승점 44, 14승8패)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실패하며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하게 됐다. 현대캐피탈이 23일 한국전력을 상대로 승리하면 두 팀의 순위를 바뀐 채 4라운드를 마치게 된다.
정지석은 지난달 25일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훈련 중 오른쪽 발목을 다쳐 8주 진단을 받았다. 발목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아 8주 결장이 예상됐다. 정지석이 빠지고, 그의 대체 1순위 자원임 임재영마저 시즌아웃급의 부상으로 빠지면서 대한항공은 4연패에 빠지는 등 선두 수성에 위기를 맞았다.
정지석은 팀의 위기를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의 회복력으로 통증을 크게 줄였고, 지난 16일 KB손해보험전에서 엔트리에 포함됐다. 엔트리에만 포함됐을 뿐, 코트를 밟는 건 5라운드부터일줄 알았지만, 정지석은 이날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장했다.
1세트에만 서브득점 1개 포함 6점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2세트부턴 다시 생산력이 둔화됐다. 이날 성적표는 서브득점 1개 포함 9점. 공격 성공률은 36.36%에 불과했다. 범실도 6개로 다소 많았다. 득실마진만 따지면 +3. 다만 리시브 효율은 52.94%(9/17)로 50%를 넘기며 공수겸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팀 공격 성공률 56.94%-46.66%, 팀 블로킹 6-5, 서브득점 6-2, 범실 17-21까지. 한국전력은 질래야 질 수 없는 경기였고, 대한항공은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정지석이 돌아왔지만, 팀 전체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한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 헤난 감독은 ‘패장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는 어느 순간도 한국전력을 위협할 수 없었던 완패였다. 정지석이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게 유일하게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뒤 코트에서 정지석을 만났다. 오른발 테이핑을 풀던 정지석에게 ‘뛰어도 되는 것 맞냐,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뛰어도 되요. 사실 제가 뛰고 싶다고 해서 오늘 선발로 나간거에요”라고 답했다. 이어 “물론 통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근데 의료진도 통증을 아예 0으로 만들고 코트를 밟을 순 없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경기를 뛰는 데는 무리가 없는 수준의 통증이라 뛰겠다고 했어요. 팀은 졌지만, 복귀한 것만으로도 좋네요”라고 덧붙였다.
다치기 전 한창 좋았을 때와 뭐가 달랐을까. 정지석은 “뭔가 점프를 ‘빵’ 하고 뜰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순간적인 도약력이 약해진 느낌이라 공격에서도도 크로스 각이 잘 안나와서 밀어 때릴 수밖에 없었고, 서브도 강하게 때릴 수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원래는 올스타전 출전이 예정됐던 정지석이지만, 부상으로 인해 차지환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오히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보강 훈련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어 정지석 개인에게는 더 잘 된 것일지도 모른다. 정지석은 “올스타 브레이크 때 잘 쉬고, 잘 준비할게요. 5라운드에는 지금보다 통증은 더 없을테고 실전 감각도 더 살아나겠죠”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