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 국가들에 부과하려는 '그린란드 관세'에 맞서 유럽연합(EU)도 보복 관세를 검토함에 따라 어떤 미국 상품이 관세 대상이 될지도 관심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의 보복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이 EU로 수출하는 상품 중 1천억 달러(148조 원)어치가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항공기, 자동차, 위스키, 대두(콩) 등 주요 품목들로부터 주크박스, 우산 등 틈새 품목에 이르는 다양한 품목들이 포함된다.
일단 보잉 등 미국 항공기 제작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관세 보복으로 영향을 받는 미국의 EU 상대 항공기 수출 규모는 2024년 기준으로 128억 달러(18조9천억 원)다.
항공기에 30% 관세가 부과될 보잉의 타격이 특히 클 전망이다.
보잉은 작년에 연간 인도 대수의 12%에 해당하는 73대를 EU 소재 항공사들과 항공기 임대업자들에게 넘겨줬으며, 현재 남아 있는 EU 인도 예정 대수는 약 700대다.
보잉의 2024년 유럽 사업부 매출은 87억 달러(12조9천억 원)로, 전체 매출의 약 13%였다. 다만 여기는 일부 비(非)유럽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
보잉 외에도 아마추어 파일럿 사이에 인기가 있는 '세스나 172'를 제작하는 텍스트론, 개인 제트기 제작사인 '걸프스트림'을 자회사로 거느린 제너럴 다이내믹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산 자동차는 EU의 보복조치가 시행되면 25% 관세를 물게 되며, 이에 따른 최대 피해는 미국이 아니라 독일에 본사를 둔 BMW와 메르세데스가 당하게 된다.
EU 상대 미국산 자동차 수출 실적 1위 기업인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소재 공장에서 연간 수십만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해 이 중 상당수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도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유럽을 포함한 세계 전역으로 보내고 있다.
테슬라는 유럽 시장에 판매하는 자동차 중 대부분을 독일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모델 S와 모델 X 등 일부 고급 모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먼트 공장에서 만들어 EU에 수출한다.
미국제 오토바이도 25% 관세 부과가 예정된 품목이다.
할리데이비드슨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와 위스콘신주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이 두 주 모두 미국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경합주다.
이 회사는 트럼프 1기 집권기에는 태국으로 일부 생산기지를 옮겨 EU의 관세 부과를 피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미국산 위스키에는 30%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공화당 텃밭인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의 양조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8∼2021년에도 트럼프 1기 집권기 미국과 EU가 통상 마찰로 상대편에 대해 관세 보복전을 벌이면서 미국산 위스키의 EU 수출이 20% 감소한 전례가 있다.
와인과 맥주 등 다른 미국산 주류도 EU의 보복 관세 목록에 올라 있다.
미국산 대두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공화당 세력이 우세한 농업 중심 주들의 대두 재배업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두 재배업자들은 작년에 중국이 구매를 중단하고 다른 나라들로 수입선을 돌린 데 따른 피해도 겪었다.
EU 관계자들도 미국 대신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로부터 대두를 수입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밖에 EU의 보복관세 부과 예정 목록에는 소고기, 옥수수, 과일, 견과류, 채소, 오렌지주스 등 다른 농축산물과 농업용 기계류도 올라 있다.
이런 보복관세 부과 계획을 촉발시킨 계기는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발표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의사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2월 1일부터 이 8개국의 상품에 10%의 '그린란드 관세'를 매기고 6월에는 이를 25%로 또 올릴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영국과 유럽연합(EU)과 각각 무역협정을 체결해 영국산 상품에는 10%, EU산 상품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그린란드 관세'는 여기에 더해 추가로 부과되는 것이다.
EU는 작년에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통상 갈등이 격화되자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보복 관세 부과 대상으로 삼을 미국 상품들의 목록을 작성해뒀다.
양측의 무역 협상이 작년 여름에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보복 관세 부과 시행은 연기됐으나 만약 연기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올해 2월 7일부터 발효된다.
EU는 미국이 2월 1일 '그린란드 관세' 부과를 시행하는지 여부를 보고 보복 관세를 예정대로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복 대상 상품의 목록이 변경되거나 다른 방식의 대응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과 EU는 서로 상대편이 최대 교역 파트너이며 양측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EU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하며 그린란드를 둘러싼 양측 갈등을 진정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27개 EU 회원국 모두가 참여하는 회의를 22일 저녁(현지시간)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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