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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AI 교과서로 학습 격차 해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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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에게 학교는 이미 ‘모두가 같은 속도로 배우던 공간’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과서를 펼치고 동일한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의 속도는 제각각 달랐고, 질문을 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간극은 분명했다.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과 자신감, 진로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교실은 그때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배경을 품고 있을 것이다. 다문화 가정 학생의 증가, 가정 환경에 따른 학습 지원 격차,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는 이제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이다. 그런데도 교실의 수업 방식은 여전히 모든 학생을 동일한 교과서, 동일한 진도, 동일한 설명 안에 묶어두는 전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산업을 바꾸고 있는 시대에, 교육 도구는 여전히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박주형 취업준비생

이런 상황에서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논의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이 남는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교육의 본질을 뒤흔드는 급진적 실험이 아니라, 이미 달라진 교실의 현실에 뒤늦게 맞추기 위한 필수적인 보조 장치에 가깝다. 교육의 공정함은 모두에게 같은 내용을 제공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학생에게 필요한 설명과 접근 경로를 열어주는 것, 그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습자의 이해도에 따라 설명 난이도를 조절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반복 학습이나 더 깊이 있는 확장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 이는 교사의 전문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교실 안에서 수십 개의 서로 다른 학습 속도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기술적 수단이다. 교사의 헌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기술의 도움을 받아 분담하도록 하자는 제안에 더 가깝다.

특히 AI 디지털 교과서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보이지 않는 학습자’들이다. 질문하기를 어려워하는 학생, 이해하지 못한 상태를 드러내기 어려운 학생, 언어 장벽으로 참여가 어려운 학생들은 기존 수업 구조에서 쉽게 소외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학습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최소한의 학습 기회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보완을 넘어 ‘학습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공교육의 철학을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기 의존 문제, 데이터 관리, 교사 연수 등 검토할 과제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도입 자체를 멈춰야 할 이유가 되기보다는, 어떻게 공교육 안에서 책임 있게 설계하고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오히려 체계적 관리 없이 도입을 회피한다면, 교육 격차는 사교육 시장을 통해 더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청년 세대가 경험해온 교육은 늘 ‘속도 경쟁’에 가까웠다.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했지만, 그 결과는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 역시 기술의 찬반 문제가 아니라, 학생마다 다른 출발선과 속도를 제도적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변화한 교실에 맞는 새로운 도구를 고민하는 일은 교육의 후퇴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책임 있는 최소한의 준비일지도 모른다.

 

박주형 취업준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