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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들으란 듯… 푸틴 “러시아도 美에 알래스카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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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분쟁 관여할 뜻 없음 거듭 강조
“알래스카 판매 대금 현 가치 2319억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확보 명분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들고 있는 가운데 정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신 푸틴은 19세기 제정 러시아가 미국에 알래스카를 매각한 사례를 언급했다. 덴마크를 향해 ‘너희도 미국이 말로 할 때 판매하는 게 좋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크레믈궁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 간의 갈등에 관해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는 “러시아·중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려 한다”며 “오직 미국만이 러시아·중국으로부터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그린란드 분쟁과 거리를 둬 온 푸틴은 “이것(그린란드)은 확실히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미국과 덴마크 두 나라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그린란드 안전을 위협한다’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부정한 셈이다. 다만 푸틴은 ‘트럼프가 러시아를 상대로 부당한 모함을 하고 있다’는 식의 반박 또는 비난은 자제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과거 미국이 제정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1867년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던 러시아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720만달러를 받고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았다. 당시 돈 720만달러는 오늘날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까. 푸틴은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5800만달러(약 2319억원)에 해당한다”고 친절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 신년 행사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지도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 문양을 입힌 대형 케이크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케네디 센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연장으로, 지난 2025년 말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개명됐다.

푸틴이 ‘러시아도 미국에 북극 지역 영토를 판매한 경험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선 푸틴이 ‘알래스카 매각을 후회한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덴마크를 향해 사실상 ‘미국에 그린란드를 파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푸틴은 중동 가자 지구의 평화 정착을 위해 최근 트럼프가 설립한 일명 ‘평화이사회’(Board of Peace)에 러시아도 가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평화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러시아를 초청한 사실을 알리며 “푸틴도 수락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미국에 10억달러(약 1조4677억)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 이에 푸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차원에서 미국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일부로 가입비를 충당할 뜻을 밝혔다. 이는 “서방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은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쓰여야 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