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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접니다… 오늘 헌혈한 개”… 들어보셨나요? 반려견의 헌혈 스토리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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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만 용기를 냈어요
반려견 헌혈이 일상화되면
공혈견들 아픔이 끝날테니까요”

오늘은 ‘레오’ 헌혈하는 날.

헌혈을 마친 레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헌혈 인증 태어나 처음 헌혈을 한 레오가 한국헌혈견협회의 헌혈 캠페인 스카프를 목에 맨 채 400㎖ 헌혈팩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헌혈을 마친 레오가 헌혈팩을 쳐다보고 있다.

2026년 1월 10일, 레오가 병원을 찾은 날은 하늘에선 눈발이 날리고 바람은 거셌다.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물의료원에 들어선 레오는 약간 긴장한 듯 보였다. 무엇을 하러 왔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좋은 일을 하러 온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도베르만 ‘레오’의 엄마인 류예림씨가 “대형견이 좋아 세 아이나 키우고 있어요. 20개월 레오는 첫 헌혈이구요. 11개월 된 도베르만 품종의 ‘라이’와 3개월 된 그레이트데인 품종의 ‘호야’도 같이 병원에 왔는데 지금 차에 있어요. 레오가 헌혈을 잘 하면 다른 아이들도 한국헌혈견협회의 반려견 헌혈캠페인에 참여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한다.

 

본격적인 헌혈에 앞서 기본적인 검사를 위해 레오가 다리에 채혈했다. 일산동물의료원 응급의학과 박은정 과장이 “혈구와 적혈구 수치 검사, 기본 혈청 화학 검사, 감염병 여부 검사 등을 기본적으로 먼저 해요. 반려견의 혈액형도 당연히 알 수 있지요. 이런 기본적인 혈액 검사가 잘 돼야 헌혈을 할 수 있어요.”라며 레오의 혈액 검사 수치를 보여준다.

헌혈하기 위해 일산동물의료원에 도착한 레오가 기본적인 검사를 위해 다리에서 채혈하고 있다.
사전 채혈을 마친 레오가 보호자와 함께 헌혈 적합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사전 채혈을 마친 레오가 보호자와 함께 병원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헌혈하기 위해 일산동물의료원에 도착한 레오가 기본적인 검사를 위해 다리에서 채혈한 뒤 거즈를 붙였다.
일산동물의료원 박은정 과장이 레오의 검사 결과를 보호자 류예림씨에게 설명하고 있다. “적혈구 수치 등 대부분의 검사 수치가 아주 좋다”며 헌혈해도 된다고 말한다.
혈액형은 DEA 1- 형 레오의 혈액형은 DEA 1- 형이다. 박은정 과장은 “귀한 혈액형이라 레오가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고 말한다.

“레오의 간 수치가 약간 높은 편이지만 헌혈하는 데는 문제없어요. 감염병 흔적도 없습니다. 혈액형은 1-인데 귀한 혈액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부분은 1+이거든요. 혈액형이 귀하니까 다른 애들에겐 도움이 크게 되겠지만 레오가 다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면 좋겠어요.” 박 과장이 헌혈 준비를 하며 말한다.

 

레오의 헌혈이 시작됐다. 헌혈하는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편안한 자세를 잡는 게 중요하다. 침대가 놓인 헌혈실에서 보호자와 의료진이 레오 달래기에 들어갔다. 목 부위를 지나는 경정맥에 주사를 놓아 헌혈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경정맥 채혈은 레오가 편안한 자세로 누워야 한다. 레오가 편안하게 헌혈할 수 있도록 모두들 안간힘을 다한다. 간식을 주며 어르고 달래도 레오는 불안한지 헌혈실 침대 위를 올랐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앉았다 일어섰다 왔다 갔다를 반복하길 20여 분.

 

결국 조금 강압적인 방법을 쓰기로 한다. 두 의료진이 앞다리와 뒷다리를 잡고 보호자가 레오의 목을 감아 눕힌다. 드디어 레오가 잠잠해진다. 눈과 목을 감싼 보호자의 손길에 마음이 놓였는지 주삿바늘이 들어와도 레오는 미동하지 않는다. “아 우리 레오 착하다.”라고 이구동성이다. 경정맥 채혈은 10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났다. 400ml의 피를 뽑았다. 레오의 몸무게가 35kg. 1kg당 16ml까지 채혈할 수 있는데 최대 400ml까지 채혈할 수 있다.

일산동물의료원 헌혈실 문에 “헌혈견을 응원합니다”란 문구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보호자 류예림씨와 의료진이 헌혈을 마친 레오를 쓰다듬으며 위로와 칭찬의 말을 하고 있다. “수고했다”, “착하다”, “고맙다” 이런 말들.
보호자 류예림씨와 의료진이 헌혈을 마친 레오를 쓰다듬으며 위로와 칭찬의 말을 하고 있다. “수고했다”, “착하다”, “고맙다” 이런 말들.
경정맥 채혈 보호자 류예림씨와 의료진이 레오를 진정시키며 안정적인 헌혈을 돕고 있다. 목 부위 경정맥 채혈은 반려견이 움직이지 않고 안정적이어야 할 수 있다.

 

보호자 류예림씨와 의료진이 헌혈을 마친 레오를 쓰다듬으며 위로와 칭찬의 말을 하고 있다. “수고했다”, “착하다”, “고맙다” 이런 말들.
보호자 류예림씨와 의료진이 레오를 진정시키며 안정적인 헌혈을 도우고 있다. 목 부위 경정맥 채혈은 반려견이 움직이지 않고 안정적이어야 할 수 있다.
보호자 류예림씨와 의료진이 레오를 진정시키며 안정적인 헌혈을 돕고 있다. 목 부위 경정맥 채혈은 반려견이 움직이지 않고 안정적이어야 할 수 있다.

대형견 한 마리의 헌혈이 소형견 3~4마리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헌혈 조건은 18개월 이상, 2~8살의 대형견으로 몸무게는 25kg을 넘어야 한다. 물론 건강해야 한다.

 

전국의 동물병원과 연계해 반려견 헌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헌혈견협회 강부성 대표의 꿈은 전국적인 반려동물헌혈지원센터 설립이다. 반려견만으로도 헌혈이 충분하다면 지금도 정확한 현황 파악이 되지 않는 공혈견은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일산동물의료원 응급의학과 박은정 과장이 레오의 헌혈을 보여주고 있다.
태어나 처음 헌혈을 한 레오가 한국헌혈견협회의 헌혈 캠페인 스카프를 목에 맨 채 400㎖ 헌혈팩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뿌듯해하는 듯한 느낌이다.

“헌혈견 전담센터 설립이 꿈입니다. 적십자사 헌혈의 집처럼 반려견이 전국의 헌혈센터를 찾아 헌혈하는 거죠.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공혈견이 없어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헌혈도 진행하고 건강검진도 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드는 거죠. 대형견을 키우는 보호자들 모임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된 건데 처음엔 아주 단순한 계기였지요. 공혈견 대신 반려견이 헌혈을 하면 어떨까 싶어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반려견에게 필요한 혈액을 반려견이 제공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강 대표가 한국헌혈견협회의 바람을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