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평화위)에 약 20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기구 권한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집중돼 있는 데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참여하는 반면 유럽 다수국가가 불참해 평화위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AP·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2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들여 세계 정상들로 구성된 평화위 위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화위가 가자지구를 시작으로 향후 전 세계 분쟁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유엔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위 헌장에 서명했지만 헌장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고, 참여를 확정한 회원국 명단도 발표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평화위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는 약 20개로 집계됐다. 전날 이스라엘 총리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들여 세계 정상들로 구성된 평화위 위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튀르키예, 카타르 등이 평화위 하위조직인 집행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한 바 있어 이번 결정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러시아도 참여를 거의 확정 지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자국 내각 안보회의에서 평화위 참여에 대해 “논의 중”이라면서 미국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10억달러를 내고 ‘영구회원’이 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외 자산이 동결되고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위축된 상황을 탈피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앞서 아르헨티나, 아제르바이잔 등 10개국이 평화위 참여 의사를 밝혔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아랍권 국가들이 공동 성명으로 초청을 수락했다.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위원직을 받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최우방 영국도 이날 러시아의 참여를 우려하며 초청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은 가자평화위 초청을 받아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국은 초청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평화위는 당초 전쟁 이후 가자지구를 관리하고 재건하기 위한 계획으로 구상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 위기에 관여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성격이 모호해졌다. AFP통신이 입수한 가자평화위 헌장 내용을 보면 이 기구는 국제기구 형식만 빌렸을 뿐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통치기구에 가깝다. 헌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동시에 미국 대표로 활동한다 △의장은 산하기구를 신설·수정·해산할 독점적 권한을 가진다 △의장은 자발적 사임 또는 무능 상태인 경우에만 교체될 수 있다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그가 백악관을 떠난 이후에도 본인이 사임할 때까지 의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집행이사회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등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로 채워졌다.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폴 세일럼은 “이 평화위는 미국의 영향력을 관리하는 방식”이라며 “세부 내용을 유동적으로 유지하고 의도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지렛대를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식 권력 행사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기자 3명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