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코스피 5000) 달성은 은행권에서 증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한몫을 했다. 이러한 머니무브의 배경에는 퇴직연금과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의 코스피 상단 전망을 잇따라 높여 잡고, 정부도 증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머니무브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96조331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로 이체했거나 주식 매도 뒤 그대로 둔 대기성 자금이다. 반년 전인 지난해 7월 말만 해도 이는 65조원대 초반 수준이었다.
반면 은행권에선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939조2861억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938조6613억원으로 보름 새 11조원 넘게 줄었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 잔액도 같은 기간 674조84억원에서 643조5997억원으로 30조원 감소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호황에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개선됐고, 최근 부동산 시장 관망세도 자금이 주식 및 펀드 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 증권가로 향하는 머니무브는 퇴직연금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퇴직연금은 1년 전 224조4000억원에서 260조5000억원으로 약 14%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103조6000억원에서 131조5000억원으로 약 27% 증가했다.
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개인투자자 자금이 ETF로 이동하는 ‘구조적 머니무브’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재원·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퇴직연금 중 ETF 투자가 가능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2018년 9.7%에서 2024년 17.5%로 증가하며 국내 증시로의 개인 투자자금 유입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은 사상 최대규모인 29조8000억원 증가하며 ETF 투자수요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연구원은 “퇴직연금 적립금은 매년 10%대 증가율을 보이고,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74.6%에 달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대기 자금도 풍부하다”면서 “안정적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진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