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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잡고 하나로… 균형 발전 계기로… 평생 현역 시대로… K반도체 최고로… 머리 맞대 내일로 [창간37-더 나은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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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대한민국을 묻다

대북문제·고령화·수도권 쏠림
눈앞의 과제 해결도 시급한데
美 관세 부과·G2 갈등 등 덮쳐
대대적 변화로 위기를 ‘기회로’

세계는 전쟁과 분쟁, 대규모 시위, 동맹 균열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중국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동맹 결속이 느슨해지고, 한편에서는 다자주의를 약화하려는 움직임이,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붙들려는 시도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돈의 국면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국은 내부적으로도 초고령화·양극화·수도권 집중 등 문제를 해결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먹을거리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국내외에서 덮쳐오는 거대한 ‘다중 위기’의 파도를 넘을 힘과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 도약을 위해 현재를 점검하고 대대적인 변화의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맹에도 공짜는 없다”는 정책 기조는 1기보다 더 노골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이 너무 적은 비용으로 미국의 군사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은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15%로 낮추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협의했으나,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요구 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심화한 미·중 갈등은 한국의 선택지를 더욱 좁혔다. 미국 정부는 대만해협 안정과 반도체 공급망을 패키지로 엮어 동맹국 협조를 요구했다. 일본은 즉각 호응했지만 한국은 직접 언급을 자제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대만 문제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북·중의 반발을 피하려는 계산이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과거처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安美經中)’이라는 외교 노선을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한 것은 한국 균형 외교의 어려움을 반영한 발언이었다.

 

외교 환경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한국 안보의 최우선 과제인 대북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도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화해 제스처를 잇달아 취하고 있지만 북한은 “윤석열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대화를 거부해 왔다. 최근에는 민간인이 띄운 무인기가 북한에서 발견되면서 남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AI 시대로의 대전환 국면에서도 한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구글, 오픈AI,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워 AI·로봇 등 첨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AI와 로봇 분야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고, 반도체 기술 격차 역시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한국의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미국으로 확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미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과 설비 확충에 누적 1500억달러(약 200조원)를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지키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정세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달러 선호 현상이 강화됐고, AI 붐을 계기로 글로벌 자금은 더욱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 환경과 AI 버블 논란, 전쟁 등이 더해지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대외 충격에 취약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 대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은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여러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한국은 어느새 ‘위기’란 말이 익숙한 나라가 됐다.

오랜 기간 저출생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회는 빠르게 늙고 있다. 한국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 속도가 빠르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에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현실이 됐고, 2024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14%)에 진입한 지 7년 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행안부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발표하며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구와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지역은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청년들은 높은 일자리 문턱 앞에서 좌절한다.

지난해 비수도권의 고령 인구 비중은 23.7%로 수도권(18.8%)보다 약 5%포인트 높다. 전남은 28.5%, 경북은 27.5%에 달한다. 청년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노인들만 지역을 지키는 형국이다.

‘수도권행’의 근원은 일자리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2022∼2023년 청년층의 지역 이동이 소득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의 평균소득은 비수도권에 있던 전년보다 2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수도권에서 이동하지 않은 청년의 소득 증가율(12.1%)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의 소득 증가율은 7.6%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태어나지 않은 한국의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 보고서에서 회원국 중 한국의 수도권 과밀화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고, 이는 출생률 감소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방의 청년층 유출과 일자리 부족,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정 상황이 모두 출산 결정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수도권 쏠림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저출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낡은 구조를 깨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최근 발간된 국회미래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인구위기와 축소사회 대응’(민보경·장채윤)은 “한국은 국가의 미래 설계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이했다”며 새로운 사회질서 구축 기회로 삼는 인식론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것을 인정하고, 사회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인구 감소를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로 받아들이고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