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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돌변·불확실…트럼프 '널뛰기 외교'에 국제사회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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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태세 급전환…결국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 평가
세계질서 살얼음판…힘으로 위기 만들고 유리한 타협점 도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2기 1년을 맞아 더욱 변덕스러운 외교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의 신뢰성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냉온탕 외교'가 유럽 국가들에 미국이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인지, 전후 국제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EPA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 "완전한 소유권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언하며 이를 저지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관세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자신의 이런 태도가 서방의 핵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미국이 없으면 무력한 조직"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한 입장은 곧바로 번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중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프레임워크)을 마련했다"면서 그린란드에 파병했던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이 합의가 실제로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영유권 확보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나토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문제를 두고 협상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 대해 돌연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폭스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하는 것을 모두 얻고 있다"고 말했지만, 불과 몇 초 뒤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처럼 널을 뛰는 트럼프식 외교 행보가 집권2기 1년을 맞아 한층 높아진 자신감을 방증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유력 인사들이 모여 정치·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다보스포럼을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무대로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성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며 "광기(madness)에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가 톱날 모양처럼 추세의 급등과 급락이 반복된다며 이 같은 '휩소'(whipsaw) 접근법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세의 급등과 급락 사이에는 협상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짙은 불확실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다보스에서 만난 유럽 지도자들이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왔다고 전했다.

그린란드 주변 해역에서 순찰활동 중인 덴마크의 해군 함정 모습. AP연합뉴스

그린란드에 대한 진의가 무엇인지, 나토를 어떻게 할 셈인지 파악하느라 동맹국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린란드 인수에 반대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다가 하루아침에 철회한 것은 외교 관례상 놀랍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십개국을 상대로 관세를 취소·유예·축소했고, 실제로는 당초 요구보다 훨씬 적은 양보를 받고도 '승리'를 선언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관세 위협은 효과적인 협상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관련해 관세에다 군사력 사용까지 배제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냉온탕 외교는 압박으로 협상 우위를 선점한 뒤 더 유리한 타협점을 찾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라는 평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두고 다른 국가 정상들은 세계질서의 지속 가능성을 거론하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신화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연단에 올라 미국이 외교·안보 정책을 "급진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접근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메르츠 총리는 유럽 동맹국들을 하대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겨냥해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는 "권력만이 기준이 되는 세계는 약소국, 중견국, 강대국 모두에 위험하다"며 "민주주의에는 종속국이 아니라 동맹과 파트너, 신뢰하는 친구만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역시 초강대국에 의존한 세계 질서가 끝나가고 있다며 이를 '단절'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은 과거 정치·금융 엘리트들의 토론장이던 다보스 포럼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그의 연설 시작 90분 전부터 수백명이 몰려 회의장을 가득 메우고, 행사 관계자들이 "밀지 말라"고 외칠 정도로 긴장감이 높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사라지자 일부 유럽 당국자들은 안도하며 행사장을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를 떠나기 직전 또 다른 지렛대 투척을 시사하며 태세전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미국 국채를 매도한 유럽 국가들은 거대한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며 "우리는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경고해 불확실성을 다시 키웠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