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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요시하라 매직’인가…흥국생명이 리시브 효율의 압도적 열세를 극복하고 셧아웃 승리를 따낸 비결은?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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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훈 기자] 리시브 효율 21.74%(17/69, 서브득점 2개 허용) VS 46.75%(37/77, 서브득점 1개 허용). 두 배 이상의 리시브 효율 차이가 났다. 누가 이겼을까? 후자가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다. 정확하게 올라온 리시브가 두 배 이상 많았다는 건 그만큼 성공률이 높은 속공이나 퀵오픈, 시간차 등의 세트 플레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니까.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결과는 리시브 효율 21.74%를 기록한 팀의 세트 스코어 3-0(32-30 25-22 25-21) 완승이었다. 흥국생명이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두 배 이상 차이나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초중반 이후부터 위력을 떨쳐온, 흥국생명 특유의 범실은 적게, 디테일한 연결 작업을 통한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높은 성공률을 앞세운 완승이었다. 그야말로 ‘요시하라 매직’이라고 할 만하다.

 

1,2세트 접전 상황을 이겨낸 게 이날 셧아웃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1,2세트 경기 양상은 비슷했다. 세트 초중반까지는 GS칼텍스가 앞서 나갔지만, 중반부터 GS칼텍스가 자신들의 범실로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흥국생명은 끈질긴 수비로 상대 공격을 걷어낸 뒤 반격 상황에서 점수를 따내 접전 양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세트 막판 클러치 상황에선 어김없이 흥국생명이 승리했다.

 

그 비결은 ‘정확’으로 집계되지 않은 리시브로도 흥국생명은 속공이나 퀵오픈을 만들어냈다는 것. 이날 흥국생명의 정확으로 집계된 리시브는 단 17개였다. 그러나 속공(11/18), 퀵오픈(17/32), 시간차(2/3) 등 세트 플레이를 53개나 만들어냈다. 그만큼 흥국생명 세터 이나연이 어택 라인 근처에 올라와 정확으로 집계되지 않은 리시브 혹은 상대 공격을 디그로 걷어낸 트랜지션 상황에서 다양한 세트 플레이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세트 플레이의 공격 성공률은 56.60%에 달했다. 덕분에 낮은 리시브 효율로도 팀 공격 성공률에서 48.21%-43.22%의 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특히 흥국생명 속공 활용의 비중이 눈에 띤다. GS칼텍스 블로커들로선 도무지 어디를 막아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속공을 잡을라치면 양 날개에서 공격이 날아 들어오고, 양 날개 공격을 잡기 위해 가운데 견제를 덜 하면 어김없이 속공이 코트를 때렸다. 오죽하면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이 경기 도중 작전 타임 때 “A패스 들어오면 속공이 들어오는데 왜 늦게 떠서 보고 당하냐”라고 일축할 정도였다. 그만큼 흥국생명은 주어진 리시브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공격 연결 작업을 보여줬다. 이다현이 “요시하라 감독님께서 A패스의 범위는 세터와 미들 블로커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던 것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는 이날 경기였다. 

 

아울러 흥국생명이 GS칼텍스보다 훨씬 수비적으로 뛰어났던 것도 낮은 리시브 효율을 극복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이날 디그에서 흥국생명은 62-49로 앞섰다. 게다 디그 성공률은 87.32%(62/71)로 73.13%(49/67)의 GS칼텍스보다 15% 이상 높았다. 상대 공격 성공률은 떨어뜨리고, 그만큼 더 많은 공격 기회를 가져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반면 흥국생명에 비해 훨씬 양질의 리시브가 많았던 GS칼텍스는 이를 대부분 퀵오픈(26/55)으로 연결했다. 속공(1/6), 시간차(4/4)는 합쳐서 10개밖에 되지 않았다. 세트 플레이 성공률이 47.69%로 흥국생명에 비해 10% 가량 낮았다. 게다가 리시브가 괜찮았던 만큼 실바(24점, 공격 성공률 43.65%)-레이나(18점, 43.37%)-유서연(11점, 44%)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에 40%를 넘기는 공격 성공률을 보였음에도 흥국생명 미들 블로커들로선 블로킹하기가 편했다. 속공은 그냥 버리고 곧바로 양쪽 측면으로 블로킹을 하러 가면 됐으니까. 이날 GS칼텍스가 내준 10개의 블로킹은 모두 세 선수의 공격에서 나왔다.

 

1세트를 듀스 승부 끝에 내준 GS칼텍스로선 반드시 2세트를 따내야 했다. 그러나 2세트도 16-13, 19-17 등 세트 막판까지 앞서다 내줬다. 특히 21-22로 역전을 허용한 뒤의 상황이 아쉬웠다. 유서연의 리시브가 제대로 올라왔고, 김지원의 선택은 최유림이 속공이었다. 경기 내내 그렇게 속공 활용을 하지 않다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 사이드아웃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하필 속공을 썼다. 김지원 입장에서는 허를 찔러보고자 내린 선택이었겠지만, 이미 이다현에게 수가 읽혀 바운드됐고, 이나연이 빠르게 쏴준 토스는 레베카의 퀵오픈 득점으로 연결됐다. 여기에서 사실상 2세트 승부는 끝이 났다.

 

물론 김지원으로선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GS칼텍스의 최고 무기인 실바가 전위였다는 점에서 그 선택이 아쉽다. 속공은 양날의 검이다. 성공률이 가장 높은 공격 루트지만, 상대에게 수가 읽혀 블로킹 바운드되면 반격을 허용하기 쉽다. 게다가 클러치 상황에서 팀의 최고 공격수가 막힌 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제쳐두고 속공을 올렸다가 막히면 팀의 사기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승리는 GS칼텍스가 훨씬 더 절실했지만, 결과는 흥국생명의 셧아웃 승리였다. 5연승을 달리며 승점 3을 추가한 흥국생명은 승점 44(14승10패)로 현대건설(승점 42, 14승10패)을 3위로 끌어내리고 2위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하게 됐다. 반면 GS칼텍스는 승점 33(11승13패)에 그대로 머물며 5위다. 봄 배구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치고 5라운드 첫날인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사실상 연전이다. GS칼텍스로선 이날 두 배 이상 높은 리시브 효율에 삼각편대의 고른 활약에도 패했다. 과연 4라운드 패배를 어떻게 복기해서 보완해서 나올까. GS칼텍스로선 29일 맞대결에서도 패한다면 사실상 봄 배구는 더 힘들어진다고 봐야한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GS칼텍스의 설욕 여부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