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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식칼럼] ‘수도권 인구 분산’ 50년 실험,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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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기회의 장이자 기준점
지방 이동은 위험한 선택 인식
사람들이 서울 떠나지 않는 건
사회가 비정상으로 보기 때문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는 한국 현대사의 고질병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차례 인구분산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수도권은 더 비대해졌고, 비수도권은 더 빠르게 비어갔다. 1970~80년대 공장 이전과 개발 제한을 통한 물리적 억제 정책은 산업 경쟁력 약화와 규제 회피를 낳았을 뿐, 인구 이동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혁신도시, 기업도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유인 전략이 본격화되었으나, 정주 여건과 교육·의료·문화 인프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직장은 지방, 삶은 수도권’이라는 기형적 구조를 낳았다. 실질적인 인구 분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다. 최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GTX 등 광역 교통망 구축 역시 수도권 통근권을 전국으로 확장하며,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중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왜 사람들은 서울, 더 정확히는 수도권을 떠나지 못할까. 흔히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문화 인프라가 이유로 제시된다. 그러나 같은 조건 속에서도 일부는 지방으로 이동하고, 다수는 수도권에 남는다. 통계는 이 선택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서울에서 일부 인구가 유출되더라도 경기·인천으로의 유입으로 수도권 전체는 순유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대부분의 시도는 장기간 순유출 상태에 놓여 있으며, 그 격차는 20~30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 현상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태어났는가’보다 ‘어디에 남아야 하는가’를 기준으로 삶을 설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 성공적인 경력이라는 사회적 서사는 오랜 시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왔고, 그 결과 서울은 기회의 공간이자 기준점이 되었다. 반대로 지방으로의 이동은 여전히 위험한 선택으로 인식된다.

서울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한 거주지 이동이 아니라, 사회가 규정해 온 정상 경로에서 벗어나는 선택이다. 실패했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경력이 단절되지는 않을지, 자녀 교육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에 대한 불안이 뒤따른다. 이는 개인의 성향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감정에 가깝다.

프랑스의 경우 수도 파리의 비중이 크지만, 중소도시와 지역 거점 도시가 일정한 인구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파리를 떠난다고 해서 곧바로 경력 실패로 인식되지 않으며, 지역 간 이동은 삶의 궤적에서 하나의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분산을 넘어, 지역에서의 삶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선택으로 인정되는 문화적 토대와 연결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 남아 있는 사람들 역시 이 선택에 대해 깊은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높은 주거비, 치열한 경쟁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느낀다. 이는 실제로 선택지가 없어서라기보다, 다른 경로를 택했을 때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은 이렇게 현실의 조건과 인식의 구조가 맞물리며 유지된다.

따라서 수도권 집중을 개인의 이기적 선택이나 지방의 매력 부족으로 환원하는 접근은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을 수도권에 묶어두는 것은 서울의 압도적인 매력 때문이라기보다, 서울을 떠났을 때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쯤에서 질문을 다시 던져볼 필요가 있다. 왜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지 않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 사회는 서울을 떠나는 삶을 정상적인 선택으로 인정하지 않았는가다. 인구 문제의 해법은 사람들을 억지로 이동시키는 데 있지 않다. 서울을 떠나는 선택이 모험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정상 경로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인구 이동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지방이 인구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지방에서의 삶이 실패의 전조가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삶의 경로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교육, 돌봄, 주거, 일자리 정책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는 권한과 재정이 필요하다. 분권은 행정 체계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서울을 떠나는 선택이 개인의 모험으로 남지 않도록 사회가 책임을 나누는 장치다. 인구는 이동을 강요해서 분산되지 않는다. 선택의 위험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감당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움직일 수 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