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25일 강원도 춘천 호반체육관은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2005년 출범한 V리그가 어느덧 그 역사가 20년을 넘겼지만, 강원도를 연고로 하는 팀도 없고 V리그 경기가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배구 불모지’다. 이번 올스타전이 강원도에서 열린 V리그의 첫 공식 행사인 셈이다. 프로배구 올스타전이 서울을 제외하면 연고 구단이 없는 지역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는 2024∼2025시즌 올스타전이 춘천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올스타전 자체가 취소됐다. 2년을 기다려 춘천에서 열리게 된 올스타전인 만큼 이날 호반체육관에는 춘천시민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배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몰려들었다. GS칼텍스의 팬이라고 밝힌 춘천시민 김모(28)씨는 “서울로 GS칼텍스의 경기를 보러 간적이 몇 번 있다. 춘천에선 프로배구 경기를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프로배구 최고의 스타들이 온다고 해서 너무 기대하고 있다. 실전 경기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세리머니를 보고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춘천에서 최근 문화 체육 행사가 열린 적이 없는데다 춘천시가 태릉에 있는 국제 빙상장 이전 및 유치를 원하는데, 이번 올스타전을 춘천의 문화체육 열기를 엿보기 위한 사전 행사로 제안해왔다. KOVO도 강원도에서 그간 한 번도 공식 경기를 열지 않았기에 서로 간의 니즈가 딱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날 열린 전야제에서 이미 팬들과 한 차례 만남을 가졌던 V리그를 대표하는 남녀 스타 39명은 갖가지 분장과 세리머니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5시즌 연속 남자부 올스타 득표 1위를 차지한 신영석(한국전력)은 과거 팀 동료였던 최민호(현대캐피탈)와 함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 저승사자 분장으로 등장해 팬들의 환호를 독차지했다.
1986년생으로 어느덧 불혹이 된, V리그 역대 남자부 블로킹 1위(1383개) 신영석은 “제가 뼛속까지 추울 나이게 됐는데, 제 겨울을 따듯하게 해주신 팬 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다른 선수들에게 가는 표를 막아주신 제 팬 분들은 저보다 블로킹을 잘 하는 것 같다”면서 “제 꿈이 아이돌이었는데, 사자보이즈 분장으로 꿈을 이뤘다”고 소감을 밝혔다. 생애 첫 여자부 올스타 득표 1위에 오른 국가대표 주전 세터 김다인(현대건설)은 “배구에 대한 열정과 집중하는 모습에 제게 투표를 많이 해주신 것 같다”라면서 “오늘 V스타 소속으로 K스타 소속인 강성형 감독님, (양)효진 언니와 적으로 만나게 됐다. 뜨거운 맛을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본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실전에서 볼 수 없는 재밌는 장면을 연출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신영석은 김진영(현대캐피탈)을 무등을 태워 거대한 블로킹벽을 만들기도 했고, 남자부 경기 때 여자부 리시브 1위에 올라있는 문정원(도로공사)이 리베로로 투입됐다. 문정원은 올 시즌 여자부 최고 리베로답게 남자 선수들의 강한 서브와 스파이크에도 주눅들지 않고 척척 받아내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남자부 경기로 치러진 1세트 이후엔 서브킹-서브퀸 콘테스트가 열렸다. 남자부에서는 한국전력의 베논이 시속 123km의 강서를 날려 2016∼2017시즌의 문성민(現 현대캐피탈 코치)의 역대 최고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부에서는 GS칼텍스의 실바가 시속 93km로 2023∼2024시즌(97km)에 이어 서브퀸 콘테스트 2연패를 달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