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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국가범죄, 국제공조의 새로운 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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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5일 캄보디아 프놈펜, 한국 경찰관 7명으로 구성된 코리아 전담반이 현지 경찰과 함께 한국인 165명을 상대로 267억원 규모의 성착취·스캠 범죄를 저지른 조직 거점 4곳을 일제히 급습했다. 국정원의 해외정보로 범죄조직 사무실 네 곳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 신속하게 조직원 26명을 검거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글로벌화 가속으로 범죄 양상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범죄의 수단·장소에 물리적 제약이 사라지고, 비대면·익명성을 악용한 초국가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피싱 조직이 해외 거점에서 국내 피해자를 표적으로 삼고, 다크웹을 통해 마약류가 밀반입되는 등 범죄가 초국경화되고 있다.

 

이러한 초국가범죄는 단일 기관 및 국가의 법집행력만으로는 근절이 어렵다. 범죄조직이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만큼, 수사기관도 국경을 초월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초국가범죄 총력 대응을 위해 범정부 통합대응 체계인 ‘초국가 범죄 특별대응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경찰청을 비롯한 국정원·외교부·법무부 등 유관기관이 수사, 해외정보, 국제공조, 범죄인인도 등 각 기관의 전문성을 결합, 초국가범죄에 대한 종합적 대응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1월 23일 역대 최대규모의 73명 단체송환 성과를 거두며 해외 도피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특히 대규모 피싱 조직 검거 등 가시적 성과는 초국가범죄 대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찰청은 해외 주재관과 협력관을 대폭 증원해 주요 국가에 상시 배치, 현지 법집행기관과의 실시간 공조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캄보디아에 설치한 ‘코리아 전담반’은 현지 경찰과 24시간 합동근무 체계를 구축, 우리 경찰의 디지털포렌식, 지문 감식 등 첨단 수사역량을 투입해 증거물을 신속 분석하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지난해 11월 코리아 전담반 활동 시작 이후 50여일 만에 135명의 피의자를 검거했고, 이는 지난 1년간 캄보디아에서 검거한 스캠 피의자의 절반이 넘는 규모라는 점에서 현장 중심의 실질적 협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인터폴, 아세아나폴, 아세안 주요국이 참여하는 스캠범죄 등 협력을 위한 국제공조협의체를 출범, 국경을 초월한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캄보디아에서 공조작전을 전개해 스캠 피의자 15명을 검거하고, 23일 송환해오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초국가범죄 시대, 국가의 범죄 대응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이제 국제공조 역량이 되고 있다. 유관 기관 간의 범정부적 역량 결집이 핵심이다. 이번 ‘초국가 특별대응 TF’는 기관 간 장벽을 허문 협력 모델로서 의미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 이러한 실질적 공조 체계를 단발성 대응이 아닌 상시적 협력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유관기관이 하나로 뭉칠 때,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도 반드시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초국가범죄 근절을 위한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야 한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