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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억칼럼] 장동혁의 단식, 한동훈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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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진정성 상실해 효과 의문
‘제명’ 놓고 張· 韓 재충돌할 듯
초보 지도자의 미숙한 정치가
국힘 더 깊은 수렁에 밀어 넣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 소식을 접하며 처음 든 생각은 ‘뜬금없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는 통일교·신천지 특검, 공천비리 특검 등 이른바 쌍특검 도입 필요성을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단식과 같은 극단적인 투쟁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대의가 있어야 한다. 쌍특검에 찬성하는 여론은 적지 않다. 그러나 단식은 의회 정치의 모든 수단이 봉쇄되었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장 대표가 단식에 앞서 대여 협상이나 장외 여론전 같은 정공법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단식이 리더십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구제책’이자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식 돌입 시점이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의결한 직후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은 심각한 내홍을 불러왔고, 여론도 ‘뺄셈 정치’이자 ‘자멸의 길’이라는 비판 일색이었다.

박창억 논설위원

극한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단식을 비판하는 것은 마음 편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장 대표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시종일관 냉랭했다. 장 대표 단식이 보수 진영을 결집하는 외견상의 효과는 거둔 듯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보수 인사는 물론 중도·개혁 성향 인사들도 농성장을 찾았다. 일부 최고위원은 동조 단식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장 대표의 리더십 회복은 일시적일 뿐이다. 이번 단식으로 장 대표가 보수 진영 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장 대표가 단식 명분으로 삼았던 ‘쌍특검’과 관련해서도 진척된 게 없다. 정부·여당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청와대 인사도 누구 하나 단식 농성장을 찾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홍의 또 다른 축인 한동훈 전 대표의 사과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진정한 사과는 관계 회복의 열쇠이자 갈등 조정의 수단이다. 사과에도 정석이 있다. ‘만약’ 혹은 ‘만일’ 같은 가정문을 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게 잘못됐다면 제가 사과를 해야겠죠”라는 말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또 늦지 않게 제때 하고,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또 개선 의지와 책임지는 모습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저에 대한 징계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입니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당을 이끌었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입니다”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말을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당원 게시판을 놓고 수개월 동안 논란이 벌어진 뒤에 내놓은 입장인데도, 무엇을 사과하는지 특정하지 않았다. 명확한 책임 문제와 개선 의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더구나 사과에 앞서 자신은 피해자로 규정했다. 그의 사과가 아무런 공감을 못 주는 게 당연하다.

장 대표의 단식, 한 전 대표의 사과가 실효가 없음은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작년 8월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43%) 지지율의 절반이었다. 전날 나온 NBS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40%, 국민의힘 20%였다. 단식이라는 극약처방도, 면피성 페이스북 사과도 민심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최근 김병기 전 원내대표 스캔들, 공천헌금 의혹 등 여권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전혀 보지 못한다. 여당이 아무리 사고를 쳐도 국민의힘이 더 문제라는 인식을 다수 국민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이토록 무기력해진 데는 장 대표와 한 전 대표 책임이 크다.

국민의힘 내홍은 재점화할 조짐이다. 한 전 대표 제명 철회를 요구하는 지지자 집회가 지난 주말 열렸고, 이에 한 전 대표는 “이것이 진짜 보수 결집”이라고 주장해 장 대표 측을 자극했다. 장 대표는 이번 주부터 한 전 대표 제명 수순을 밟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초보 정치인의 미숙한 정치가 국민의힘을 끝없는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소모적 대결을 접고 보수 재건이라는 대의에 매진해도 부족할 텐데,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