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을 둘러싼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DNA 보존’을 내세운 혁신당에 민주당이 사실상 ‘흡수합당’ 방침으로 맞서자, 혁신당에서는 “강력한 유감”이라며 반발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별세로 애도 기간에 돌입하며 당내 내홍은 물론 합당 논의에도 선을 그었지만, 향후 6·3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등 양당 간 기싸움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개발이익환수제법)을 언급하며 “조국혁신당이 그리는 세상은 명료하다”고 강조했다. 당의 핵심 비전과 가치를 거듭 환기한 발언으로, 지난 24일 “어떠한 경우에도 혁신당의 DNA가 사라져선 안 된다”고 한 조 대표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 민주당의 흡수합당론에 대한 불편한 기류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전날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며 당명 변경이나 지분 협상 등 합당 논의에 선을 그었다. 이에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보다 더 직접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서 원내대표는 조 사무총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당명 고수 의견과 함께 흡수합당론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통합 논의 시작도 전에 이러한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혁신당은 당원 총의에 따라 합당 여부를 결정하고, 관련 협의에 대한 전권은 당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양당 간 신경전 조짐이 커지자 “논의하기에 매우 이르고 적절치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수석부의장 별세로 애도 국면에 들어선 만큼, 합당 논의는 잠시 미뤄두겠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양당 실무협상 전) 각 당의 당원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당원이 (혁신당과 합당을) 하라고 하면 하는 거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는다는 게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아직 당원 추인 결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합당과 관련한 실무, 양당 간 해야 할 얘기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전체가 애도 분위기에 잠기면서 혁신당과의 합당 문제 등을 둘러싼 계파 갈등 역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앞서 정 대표가 지난 22일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합당 제안을 전격 발표하자, 비당권파인 강득구·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을 필두로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소속 28명 등은 “독선적 당 운영”이라며 정 대표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 수석부의장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며 애도의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했다. 비당권파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직접적인 반발을 자제한 채 추모에 동참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도 합당 제안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소집했던 총회를 순연하기로 했다.
다만 황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고인께서는 진정한 통합은 가치의 공유에서 온다고 말씀을 하셨다”며 “통합을 단순히 기계적 중립이나 물리적 결합으로 보지 않으셨고 역사적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적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의 선행 조건임을 역설하셨다”고 말했다. 이는 당내 논의 없이 합당을 추진하는 정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애도 국면을 고려해 반발 수위는 다소 낮아졌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DNA 보존’을 요구하는 혁신당과 이를 내주지 않으려는 민주당 정 대표 측, 여기에 합당 자체에 회의적인 비당권파의 당권 투쟁까지 맞물리면서 여당 안팎의 불협화음은 향후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정 대표 개인의 사당이 아니다”라며 “당 안에서도 (합당이) 원내 전략이나 대한민국 정치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큰 절박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강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우리가 왜 혁신당과의 통합을 위해 여러 조건을 감수하며 구애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