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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추모·규탄 시위 확산… 공화당 내서도 비판 터져 [美 ‘ICE 총격’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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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CE 총격’ 일파만파… 연방·주정부 대립 격화

오바마·클린턴 등 시민 저항 촉구

연방정부, 사망자들에 책임 전가
미네소타 주지사 “불법 법집행”
시위대 “누구도 총 맞아선 안 돼”
WP ‘트럼프 2기 전환점’ 평가
“대통령직 망칠 수 있어” 비판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미 연방 이민 단속 요원이 쏜 총에 미국인 남성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37)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같은 도시에서 이달 들어 두 명이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이 시위로 들끓고 있다. 사망한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연방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주 정부·진보 진영 간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단속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美 전역서 반발… 희생자 애도 연방 요원들의 강경 이민 단속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살인자 ICE(이민세관단속국)는 우리 거리에서 나가라” 등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프레티를 사살한 요원의 행동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누군가 시위에 나가면서 매우 강력하고 장전된 총과 총알이 들어있는 탄창 두 개까지 가지고 간다면 그 또한 좋지 않다”고 옹호했다.

 

앞서 미 국토안보부는 프레티가 9㎜ 반자동 권총을 지니고 미국 연방 국경순찰대(USBP) 요원들에게 접근하자 요원들이 그의 무장을 해제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개된 영상을 보면 프레티는 무릎을 꿇고 앉은 상태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며 이민 단속 요원 철수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구체적인 철수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7일 사망한 러네이 니콜 굿(37)과 전날 사망한 프레티를 범죄 ‘용의자’로 불렀다. 전날 총격을 가한 USBP 요원의 지휘관인 그레고리 보비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명의 용의자가 총에 맞았다”며 “법 집행관의 생명을 공격하거나, 업무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용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보비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국경순찰대 요원들”이라며 “용의자가 스스로 그런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네소타주에서 프레티가 총기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총격을 가한 것이 옳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연방정부가 섣불리 사망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네소타주 당국은 2주 전 굿 사망 사건에 이어 이번 프레티 사망 사건에서도 연방 당국이 지역 당국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전날 미네소타주 당국은 프레티 사망과 관련한 증거의 인멸을 막아달라는 긴급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미네소타연방법원은 이를 인용해 증거 보존을 명령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상식적이고 합법적이며 인간적인 법 집행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합법적인 총기 소지자였고 범죄 기록이 없는 프레티를 적절한 조사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월즈 주지사는 또 “사건이 벌어진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그들은 그(프레티)의 이름을 더럽혔다. 범죄 현상을 닫아버리고, 증거를 치우고, 법원의 명령을 무시했다”고 개탄했다.

◆혹한·폭설 속 시위·추모 물결

 

이날 영하 20도의 혹한이 몰아치고, 일부 지역에 적설량이 최대 60㎝에 달하는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미니애폴리스 시내 ‘거번먼트 플라자’ 광장에는 약 1000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연방 당국을 규탄하고 프레티의 사망을 애도했다. 지나가는 차들은 경적을 울려 시위대에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시위에 나선 노라 람은 BBC에 “행동해야 한다는 필요는 미네소타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사회적·인도주의적 책임감에서도 비롯된다”며 “누구도 총에 맞아서는 안 되고, 누구도 끌려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마야 리는 지역 일간 미네소타 데일리에 “우리는 이제 우리 도시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며 “누가 우리를 보호해야 하는 요원인지, 아니면 우리를 위협하는 침입자인지 알 수 없다. 앨릭스는 간호사였고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죽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일리노이, 위스콘신, 뉴욕, 워싱턴 등 미 주요 지역에서 프레티 사망에 대해 ICE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등 민주당 소속 전 대통령들이 프레티 사망 이후 잇달아 목소리를 내며 시민들의 저항을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프레티 살해는 가슴 아픈 비극”이라며 “정당과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에게 한 국가로서 우리의 여러 핵심 가치가 갈수록 공격받고 있다는 경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미국인은 미니애폴리스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평화 시위 물결을 지지하고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과 우리가 취하는 행동들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우리 역사를 형성하는 그런 순간들은 한 사람의 일생에서 몇 차례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라며 “미국 민주주의의 약속을 믿는 우리 모두가 일어나서 발언하고 우리나라가 여전히 ‘우리 미국 국민’의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37) 사망 현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연합뉴스

◆공화당에서도 비판

 

프레티 사망을 두고 여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다수의 의원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여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공화당 소속 빌 캐시디 루이지애나주 연방 상원의원은 전날 엑스(X)에 “ICE와 국토안보부의 신뢰성이 위태로워졌다”며 연방 정부와 주 수사당국의 “완전한 합동 조사”를 촉구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톰 틸리스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 상원의원은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 요원의 이민단속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공화당 소속 주지사 일부도 회의적으로 반응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이민 단속정책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프레티 사망 사건을 트럼프 2기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WP는 “대다수의 미국인은 안전한 국경을 원하고 폭력 범죄자는 추방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며 “그러나 지난 1년간의 행보는 도를 넘었다. 이는 대통령직을 망칠 수 있고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