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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위한 ‘모성보호’법은 10년째 허송세월 [심층기획-차별에 멍든 장애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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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장애인 263만여명 중 42%가 여성
지원법안 18∼21대 국회 문턱 못 넘어

헌법 제36조는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여성의 ‘엄마가 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생리·임신·출산·수유 등을 하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경제생활을 하려면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헌법은 이 같은 ‘모성’을 여성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의 기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국가에 여성의 모성보호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부여한다. 사회구성원을 재생산하고 종족 보존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다.

 

전남 무안 부랑아 수용시설 ‘동명원’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불임 시술을 당한 지체장애인 김은지(가명·49)씨가 전남 목포시 전라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기자와 만나 “자궁에 고리를 삽입하고 수년이 지나서야 내 몸에 불임 수술이 된 걸 알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여성의 ‘엄마 될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담긴 법안은 10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애여성이 산부인과를 방문하고, 임신과 출산의 절차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권리를 명문화하는 법안은 18·19·21·22대 국회에 걸쳐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10년 처음 제안된 ‘장애여성지원법안’(민주노동당 고 곽정숙 의원 발의)은 “(장애여성이) 임신·출산·양육에서도 비장애여성에 비해 여러 어려움을 겪어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애여성의 산부인과적 의료서비스가 마련되기 위한 장비와 의료인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2012년 ‘여성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발의)에는 “여성장애인은 출산 시 유산비율이 높고 주위 권유에 따라 인공임신 중절을 하는 경우가 높게 나타나 모성권 보호가 절실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장애여성은 비장애여성은 물론 장애남성들과 비교했을 때 교육·소득·삶의 만족도 등이 저조하다. 정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 263만여명 중 42.2%가 여성으로 추정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여성 중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은 모든 조사에서 50%를 넘었다. 남성은 20%대였다. 

 

22대 국회에서도 ‘장애여성 지원법’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2024년 발의한 ‘장애여성지원법안’은 현재 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법안은 장애여성이 ‘장애’와 ‘여성’이라는 다중적 차별구조에 놓여 있음을 지적했다. 여성 관련 정책은 장애를, 장애 관련 정책은 여성적 요소를 충분히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여성을 위한 교육, 모성보호와 보육, 성·재생산 건강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장애여성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기본법적 성격의 단독 법률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보면서도 “현행 법률에서 이미 장애여성을 위한 지원과 유사한 내용이 명시되어 이를 근거로 지원사업이 실시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현행 지원 체제에서 장애여성의 현실은 제자리다.

 

장애여성의 모성을 보호해달라는 요구는 여전하다. 복지부가 장애인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묻는 항목에 재생산권과 관련된 항목에 응답한 비율은 42.7%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자녀양육지원서비스(20.9%)’, ‘출산비용 지원(4.9%)’, ‘여성장애인 임신출산 전문병원(4.9%)’, ‘산후조리서비스(4.0%)’, ‘임신·출산 관련 교육 및 정보제공(3.5%)’, ‘장애를 고려한 여성용품 정보 제공(2.3%)’ 등이 있었다.

 

서 의원은 “모든 여성에게 보장돼야 할 재생산권과 삶의 결정권이 장애여성에게는 배제되어 온 것이 현실”이라며 “지워져 온 권리를 바로 세우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장애여성지원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