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예년에 비해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3일)로 ‘달콤한 휴식’을 보낸 프로배구 V리그가 29일 5라운드 일정을 소화하며 후반기에 돌입한다. 전반기(1~4라운드)에 비해 후반기(5,6라운드)가 반토막이기 때문에 이제 한 경기, 한 경기에 승패에 따라 봄 배구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훨씬 더 처절하고 격렬한 승부가 예상된다.
2025~2026 V리그 남자부 전반기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이었다. 무려 세 팀의 사령탑이 중도하차하면서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이 10연패에 빠진 다음달인 지난달 19일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며 사퇴했고, 지난달 30일에는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의 브라질 출신 사령탑인 마우리시오 파에스와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감독이 동반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둘 다 자진사퇴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성적 부진 혹은 선수단과의 갈등에 따른 사실상 경질이었다. 삼성화재는 고준용,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은 박철우, 하현용 등 국내 코치가 대행을 맡아 시즌 끝까지 팀을 이끈다.
남자부 후반기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양강’인 필립 블랑 감독(프랑스)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승점 47, 15승8패)과 헤난 달 조토(브라질) 감독의 대한항공(승점 45, 15승8패)가 벌일 선두 싸움이다. 시즌 극초반 10연승을 달리며 독주하는 듯 했던 대한항공은 지난달 말 토종 에이스 정지석이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입은 데 이어 그의 대체자 1순위였던 임재영마저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왼쪽 날개가 꺾이면서 대한항공이 4라운드에 1승5패로 뒷걸음질치는 사이 현대캐피탈은 4라운드에 5승1패 상승세를 타면서 순위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빼앗긴 선두자리를 되찾기 위해 대한항공은 승부수를 던졌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아시아쿼터 슬롯에 리베로 이가 료헤이(일본) 대신 아웃사이드 히터 이든 게럿(호주)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정지석이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복귀 신고식을 했으나 아직 컨디션이 최고조가 아닌 데다 관리가 필요하다. 김선호, 곽승석 등 수비력에 방점이 찍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들이 있지만, 현재 팀에는 공격을 해줄 수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료헤이의 빈 자리는 4년차 유망주 강승일이 채운다. 지난 16일 KB손해보험전에서 료헤이의 몸 상태에 이상이 없음에도 강승일을 주전 리베로로 출전시켜 의구심을 자아냈는데, 개럿 영입으로 그 의문이 풀렸다. 강승일이 주전 리베로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테스트였던 셈이다. 강승일은 KB손해보험전에서 리시브 효율 42.86%(15/35)에 14개의 디그를 걷어내며 합격점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전력의 플러스 요소는 없다. 게다가 토종 주포인 허수봉의 허리 상태가 좋지 못하다. 허리 부상으로 인해 올스타전 출전도 포기했을 정도다. 허수봉의 컨디션에 따라 현대캐피탈이 후반기에도 선두를 수성하며 2년 연속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세계적인 명장의 자존심 맞대결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승점 3 차이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3위 KB손해보험(승점 39, 13승11패), 4위 한국전력(승점 38, 13승11패), 5위 OK저축은행(승점 36, 12승12패)이 벌일 중위권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각팀 간의 ‘승점 6’짜리 맞대결이 두 차례씩 남은 만큼 맞대결 결과에 따라 3위 경쟁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박철우 대행 부임 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6위 우리카드(승점 29, 10승14패)가 ‘3위 전쟁’에 뛰어드느냐 여부다.
사실상 최하위가 확정된 삼성화재(승점 15, 5승19패)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얼마나 해내느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화재는 승리도 중요하지만, 김우진-이우진으로 이어지는 ‘쌍우진’ 콤비에 이윤수 등 팀의 미래가 될 만한 유망주들에게 출전시간을 부여하며 성장을 유도하는 게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