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 ‘대리인’의 시대가 가고 ‘대표님’의 시대가 왔다. 과거 소속사에 몸을 담고 관리받던 스타들이 이제 직접 명함을 파고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배우 이제훈, 손석구부터 ‘엔터 재벌’ 반열에 오른 이정재·정우성까지, 본업만큼이나 화려한 경영 성적표를 써 내려가고 있는 스타 최고경영자(CEO)들을 분석했다.
■ [거물형] “200억대 매출” 이정재·정우성의 엔터 제국
가장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주인공은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다. 이들이 이끄는 ‘아티스트컴퍼니’는 최근 이정재가 최대 주주인 상장사 ‘아티스트유나이티드’와 공식 합병하며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들은 단순한 ‘얼굴마담’을 넘어선 기업가다.
(왼쪽)와 정우성. 경영과 제작 전반에서 거물급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영화 ‘헌트’ 등을 직접 제작하며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다진 이들은 작년 한 해에만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의 법인은 서울 청담동의 수백억대 빌딩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이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과 커머스 사업까지 진출하며 엔터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 [독립형] “내 색깔대로 간다” 이제훈·손석구의 실무형 경영
배우 이제훈은 2021년 매니지먼트사 ‘컴퍼니온’을 설립하며 독립을 선언했다. 최근 배우 이동휘, 김성규 등을 영입하며 사세를 확장 중인 그는 영화 제작사 ‘하드컷’을 통해 제작 환경 전반을 직접 진두지휘한다. 특히 이제훈은 소속 배우들의 현장 모니터링을 직접 챙기고 필모그래피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배우 친화적 경영’으로 업계의 신뢰를 얻고 있다.
요즘 가장 뜨거운 CEO는 손석구다.
그는 1인 기획사 ‘스태넘’을 설립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과거 가업이었던 제조업 경영 참여 이력을 살린 그는 단순 투자자가 아닌 실무형 경영자로 통한다. 회사의 마케팅 회의는 물론 사무실 비품 하나까지 직접 체크할 정도로 디테일한 경영 스타일을 고수하며 “진짜 본부장님이 나타났다”는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 [제작형] “상암동 157억 사옥” 송은이와 지코의 파워
예능인 송은이는 이제 명실상부한 콘텐츠 제국의 수장이다. ‘컨텐츠랩 비보’를 통해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 중인 그는 최근 서울 상암동에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신사옥을 완공했다. 이 건물의 가치는 현재 약 157억원으로 평가받으며, 5년 만에 7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경영의 신’임을 입증했다.
아티스트 출신 CEO의 대표주자인 지코(ZICO) 역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KOZ 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보이넥스트도어’를 성공적으로 런칭하며 천재적인 프로듀싱 능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동시에 증명해냈다.
■ 왜 그들은 사장이 되었나? 무늬만 CEO? “책임감 없으면 독 된다”
이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사장직을 맡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의 극대화다. 톱스타가 1인 기획사를 운영할 경우, 기존 소속사와의 7:3 혹은 8:2 수익 배분에서 벗어나 매출의 대부분을 본인이 가져가게 된다. 작품당 출연료와 광고 수익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봉 수십억원 이상의 직접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스타들의 이러한 행보를 ‘아티스트 브랜드의 자산화’로 분석한다. 한 관계자는 “톱스타급의 경우 본인의 이미지와 작품 선택권을 직접 통제하고 수익 구조를 투명하게 가져가기 위해 독립을 선택한다”고 전했다.
다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성공한 CEO로 불리는 이들도 초기에는 자본금 부족과 영입 실패 등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최근 일부 기획사의 행정 미숙 논란이 불거진 만큼 CEO 직함 뒤에 따르는 법적, 도덕적 책임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연예 활동을 넘어 스스로 독자적인 브랜드가 된 스타 CEO들. 본업인 연기와 예능이라는 틀을 깨고 경영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펼쳐갈 이들의 ‘제2막’에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