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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 흐름 역행하는 공무원 증원·공공기관 채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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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자리는 어디에'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6.1.27 yatoya@yna.co.kr/2026-01-27 15:10:49/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부가 올해 2만8000명에 달하는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에 나선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1800명으로 가장 많은 정규직을 채용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무기계약직 포함 1226명)과 근로복지공단(1160명), 서울대병원(1078명), 한국전력공사(1042명)도 1000명 이상 뽑을 계획이다. 정규직 채용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청년인턴도 전년보다 3000명 늘어난 2만4000명을 선발한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근본적인 청년 실업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단기 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327개 공공기관 임직원은 45만명(2024년 기준)을 넘었고, 총 인건비만 33조5000억원에 달한다. 계획대로라면 정부 투자나 출자, 재정 지원 등을 받는 공공기관만으로 올해 5만2000개의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 공공기관은 누적 적자와 방만 경영의 대명사로 불린다. 인력증원이 아닌 개혁의 대상이다.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공공기관의 수명이 끝나가거나 역할이 바뀐 곳도 수두룩하다. 공공기관 인력증원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공기관 통폐합’ 언급 취지와도 배치된다.

코레일, 한전 등은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인데도 ‘철밥통’인 공공 부문의 덩치만 키우는 건 재정 부담과 직결된다. 더욱이 정부는 올해 직제 개편 등을 통해 국가 공무원도 2550명가량 증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46조5000억원인 공무원 인건비 총액도 내년에는 50조원이 넘어간다.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없는 공공 일자리 확충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체납관리단 확대’를 통한 세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4년간 총 2만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조세정의 실현도 좋지만, 2년짜리 단기 근로자만 양산하는 꼴이다. 민간 고용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공의 역할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 다만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혁신이 먼저다. 지금은 ‘큰 정부’가 아닌 ‘일 잘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부처 인력이 늘어나는 것도 걱정스럽다. 일자리 창출의 중심은 민간이다. 기업의 자생적 일자리는 첨단산업 육성과 노동시장 개혁, 규제 혁파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