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어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 실형과 추징금 1281만여원을 선고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씨에게 적용한 알선수재, 주가 조작,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가운데 알선수재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앞서 징역 15년을 구형한 특검 측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이뤄질 예정인 만큼 상급심 판단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다만 전직 대통령 부부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나란히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동시에 수감 중이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재판부는 특검의 공소 사실 중 김씨가 2022년 영부인이 된 뒤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고가의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를 받아 챙겼다는 알선수재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해당 금품은 전 가정연합(통일교) 간부 윤영호씨가 ‘재단 활동을 도와 달라’는 취지로 전씨를 통해 건넨 것이다. 전씨 등의 일탈 행위도 잘못이지만 금품을 거절하지 않은 김씨의 처신 또한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김씨를 향해 “영부인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청탁과 결부된 고가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질타했겠는가.
김씨는 윤석열정부 시절 대통령을 지칭하는 ‘V’(VIP)보다 높다는 뜻에서 ‘V0’로 불렸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이라고는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경호를 받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김씨는 대통령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여러 행태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나라의 모든 지도급 인사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도록 국회와 청와대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을 감시할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비록 1심이긴 하나 특검이 기소한 김씨 혐의 대부분에 무죄 판정이 내려진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약 6개월의 특검 수사 기간 동안 소환조사를 받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특검법상 수사 대상과 무관한 별건 수사가 이뤄지며 숱한 논란을 낳았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특검이 지나친 ‘정치색’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앞으로 출범할 이른바 ‘2차 종합 특검’은 오직 법리와 증거만을 좇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로 인권 침해나 정치적 편향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