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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核 억제력 강화 다음 단계 천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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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北 9차 당대회서 공식화 예고

핵·재래식 무기 결합한 통합전략 해석
개량형 방사포 시험사격 현장 참관해
“외부 간섭 무시 정밀 유도 체계 우월성”
우크라전 교훈 반영 軍 현대화 등 강조

북한이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개량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실시하면서 노동당 9차 당대회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위한 ‘다음 단계 구상’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 단계’는 고도화한 핵전력에 재래식 타격 무기를 결합한 억제 전략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달 초 열릴 것으로 보이는 9차 당대회에서 공식 노선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딸 주애와 함께 참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27일 성능을 개량한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을 함께 참관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과 딸 주애의 참관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개량형 대구경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 대구경방사포는 지름이 아주 큰 다연장 로켓포로, 큰 로켓 여러 발을 동시에 쏘는 장거리 방사포다. 북한은 이 방사포를 전술핵 운반 수단으로 분류해 왔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제9차 대회는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가일층 강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구상들을 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김 위원장이 밝힌 ‘다음 단계의 구상’인데, 핵과 재래식 전력을 결합한 핵·재래식 통합전략(CNI)과 이를 위한 군 현대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핵 억제력이 유사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전략적 차원의 힘을 제공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실전에선 핵무력을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다. 러시아는 핵 전력을 앞세워 서방의 참전을 막았지만,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채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핵과 재래식 전력을 모두 발전시켜야 전략적 억제력과 전쟁수행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한 북한으로선 전쟁의 교훈을 반영, 핵과 재래식 전력 통합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국방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할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구현하려면 핵·재래식 기술 개발과 지속적인 무기체계 성능개량이 필요하다.

 

북한이 전날 쏜 개량형 초대형(600㎜) 방사포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와 달리 발사관 직립장치가 기존 좌우 2개에서 중앙 1개로 줄어드는 등 성능개량이 이뤄진 흔적이 엿보였다. 기술이 발전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시험사격을 지켜보고 나서 “외부의 그 어떤 간섭도 무시할 수 있는 자치정밀유도비행체계는 이 무기체계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중요 특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미사일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전자전(전파방해)에 대응하는 기술이 적용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탄도미사일보다 크기가 작은 방사포탄에 전자전 대응체계를 추가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위성항법 신호의 지원이 없어도 표적을 탐색·식별·추적하는 기능이 추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석좌교수는 이번 시험을 “여러 목적이 결합된 무력시위”라고 평가했다. 남한을 겨냥한 압박인 동시에 미국을 향한 억제 메시지이고, 9차 당대회를 앞둔 국방 성과 과시라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27일 미사일총국이 진행한 '갱신형대구경방사포 무기체계의 효력검증을 위한 시험사격'을 딸 주애와 함께 참관했다고 28일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다음 단계 구상’은 2021년 제8차 당대회와 비교하면 의미가 더 선명하다.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 목표를 나열했다. 이후 전술핵,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정찰위성 등과 관련한 시험을 잇달아 공개했다. 9차 당대회에서 새 무기 개발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이미 확보한 전력을 어떻게 함께 쓸 것인지 정리하는 단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이 북한을 둘러싼 외교 환경을 언급하지 않고 자체 방위와 국방기술 발전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외부 정세와는 상관없이 핵과 일반 무기를 함께 쓰는 ‘병진 억제 전략’을 공식 노선으로 굳히려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