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을 주도해 온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의좋은 형제’가 파열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이 시장이 ‘주민투표’ 카드를 꺼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를 압박하는 태세를 이어가는 반면 보조를 맞춰왔던 김 지사는 ‘타운홀미팅’을 주재하며 강경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과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9일 오전 대전시의회 로비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조 의장과 홍 의장은 큰 틀에서 통합특별시 출범 시 통합시의회 자율권 강화에 대한 법제화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시도의회 의장의 기자회견은 지난 21일 이 시장과 김 지사의 긴급회동에서 여당의 새 통합 특별안을 두고 ‘필요시 시도의회 재의결’ 발언에 따른 것이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당시 가진 회담에서 정부 특례안을 ‘앙꼬 없는 찐빵’, ‘5극3특 쇼케이스’라고 평가하며 정부·여당 주도의 통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당 특별법안에 행정통합의 핵심인 실질적 권한과 재정 이양이 빠질 경우 시도의회 차원의 재의결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0월 296개 조항·257개 특례를 담은 국민의힘 발의 통합 특별법안은 3개월째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253개 조항·229개 특례를 담은 특별법안을 이달 중 발의하겠다고 예고하자, 이 시장과 김 지사는 국민의힘 특별법안보다 후퇴할 경우 시·도의회 차원의 재의결과 주민투표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김 지사와의 회동에 이어 지난 26일 주간업무회의에서도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 “실질적 효과가 없는 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요구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항구적인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주민투표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며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가 커지면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해 정부·여당 주도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통합에 제동을 걸었다.
반면 김 지사는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재정 지원 확대 발언 이후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행정통합과 관련해 통합 시·도에는 현재 7.5대 2.5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5대 3.5로 끌어올려 재정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충남도는 김 지사 주재로 내달 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을 열고 주민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두 시·도의회에서는 이 시장과 김 지사의 입장 변화와 맞물려 미세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특별시 출범에 따라 초광역의회의 역할도 달라지기 때문에 재량권 등 전문성 강화와 예산 집행권, 기초의회와의 역할 구분 등을 특별법안에 포함해야 한다”며 “지방의회에 권한 이양을 할 부분에 대해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은 “기자회견 주제는 통합시의회 자율권 및 권한 강화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특별법 내용이 국민의힘 특별법안보다 상당히 후퇴할 경우 그 부분을 의회 차원에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수정 발의여서 재의결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의기관에서 지역 주민 여론을 반영해 재의결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두 시·도의회가 민주당 특별법안 재의결이나 주민투표와 관련해 사전에 협의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없으며, 내일 사무처 차원에서 의견을 조율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투표 여론이 높아진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 물리적으로 6·3 지방선거 전까지 주민투표를 마무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법제처 등에 따르면 주민투표는 선거 60일 이전에는 할 수 없다. 6·3 지방선거 전에 마치려면 4월 3일까지 주민투표를 끝내야 하는데, 통상 3개월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전과 달리 충남에서 김 지사가 독자적인 여론 수렴에 나서면서 통합을 둘러싼 해석은 갈리고 있다. 사실상 ‘같이 또 따로’의 출구 전략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2024년 11월 통합 선언 이후 지난해까지는 사실상 구상 단계에 머물렀으나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부·여당 주도로 숨가쁘게 추진되면서 국민의힘 소속 두 단체장의 속내가 이제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출구 전략을 찾거나 거시적 명분을 쌓는 방향으로 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