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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대국도 못피한 인구절벽… 저출산 패닉 빠진 中, 14억명대 붕괴 초읽기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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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출생아 792만명, 건국 후 최저 기록
사망자는 크게 늘며 1년 새 인구 339만명↓
4년째 감소… 출산 예외적 선택 인식 확산
유치원생 4년새 25%↓… 요양원으로 줄전환
반려동물은 급증… “2030년 신생아의 2배”
중국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 인구는 4년째 줄고 있다. 한때 ‘인구 대국’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던 중국은 이제 그 타이틀을 인도에 넘겼다. 중국에서 출산이 더 이상 사회의 기본 전제가 아니라 점점 예외적인 선택이 되고 있으며, 인구 감소는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단순 수치를 넘어 앞서 일본, 한국 등 저출산 국가들이 마주한 사회 변화가 중국 전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6일 중국 중부 허난성 지위안시의 한 유치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위안=신화연합뉴스

◆적게 태어나고 많이 죽는다

2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총인구는 14억489만명으로 전년 대비 339만명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792만명이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률은 5.63명으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17%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와 출생률은 1949년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가장 적은 기록이다. 사망자 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5년 중국의 사망자 수는 1131만명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은 “사망률이 인구 1000명당 8.04명으로 1968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만들어낸 결과에 주목했다. 매체는 지난해 중국의 인구 감소폭 339만명을 언급하며 대기근 시기였던 1959∼1961년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인구가 줄었다는 사실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숫자 변화는 중국 사회의 여러 지표와 겹친다. 노동 가능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과 반대로 고령 인구 비중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사망자 수 증가에는 고령화의 영향이 직접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따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더 적은 아이가 태어나는 동시에 더 많은 노인이 사망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응시생 역시 지난해 8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가오카오 응시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응시 연령대인 2006∼2007년생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다.

2005년 출생인구는 1600만명을 넘었지만 중국의 2006·2007년 출생인구는 1580만∼1590만명대에 그쳤다. 인구 감소에 더해 취업난으로 대입 대신 직업학교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이 증가한 것도 응시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외신들은 이 숫자들이 되돌릴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출생아 수가 한 해 반짝 늘어날 수는 있어도 장기적인 하락 추세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멈추지 않는 감소세

중국 인구가 처음 감소한 해는 2022년이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졌다는 사실이 국가통계국 공식 통계로 확인됐다. 중국 인구가 60년 만에 처음 줄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특히 중국 사회가 인구 증가를 전제로 설계돼 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분기점으로 받아들여졌다.

2023년에도 감소세는 이어졌다. 902만명이 태어나고, 1110만명이 사망하면서 총인구는 208만명 줄었다. 인구학자인 왕펑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교수는 이에 대해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갑작스럽게 종료된 뒤 발생한 초과 사망의 흔적이 통계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사망자 수를 통해 뒤늦게까지 통계에 남았다는 해석이다. 다만 2024년에는 잠시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2024년 출생아 수는 954만명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WSJ와 SCMP 등은 “‘용의 해’ 효과로 출생아 수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 문화에서 길한 해로 여겨지는 용띠 해가 결혼과 출산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혼인 신고 건수도 반등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반전의 신호탄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다시 급락했고 감소 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SCMP는 “2024년은 단기적 변동이었을 뿐, 장기 추세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인구학자 위안신은 “인구 감소 초기에는 출생 수가 출렁일 수 있지만, 다시 증가 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결혼 연령 상승과 비혼 증가, 여성의 노동시장 잔류 확대가 출산 감소 흐름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출생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기를 이미 지나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치원 대신 요양원… 아이 대신 반려동물

인구 감소의 영향은 교육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4년간 유치원생 수가 25% 급감했다. FT는 중국 교육부 통계를 인용해 “2020년 4800만명이던 유치원 등록 원아 수가 2024년에는 3600만명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4년 만에 1200만명이 감소한 셈이다. 유치원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중국 유치원은 2021년 29만5000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까지 4만1500곳이 문을 닫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아 감소로 유치원을 폐업한 뒤 해당 시설을 노인 요양원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저장성 진화시에서 유치원 세 곳을 운영하던 좡옌팡 원장은 FT에 “출산율 하락으로 등록생 수가 급감했고, 사립유치원의 90%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도 이 같은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국무원은 상무회의에서 유치원 무상교육의 점진적 시행을 논의하며 각 지역에 조속한 실행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저출산 대응책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육아수당 지급과 함께 유치원 무상교육이 처음 공식 언급된 것은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였다.

당국은 이를 통해 전국 약 3600만명의 유치원생이 무상교육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 공립유치원 학비는 월 1000∼2000위안(약 21만∼42만원) 수준이고, 사립유치원은 이보다 비싸다. 허베이성 청더시에 사는 한 학부모는 신화통신에 “사립유치원 학비로 매달 2000위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허난성 신샹시의 또 다른 학부모는 공립유치원 학비와 부대 비용을 합쳐 한 학기 6000∼7000위안(약 126만∼147만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가 줄면서 중국 사회에서는 전혀 다른 가족 형태가 확산하고 있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힌 반려동물 결혼식이 열리고, 자녀 대신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남기는 사례가 전해진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미 2024년 보고서에서 중국의 도시 반려동물 수가 4세 미만 어린이 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2030년에는 중국 내 반려동물 수가 신생아 수의 2배에 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중국 펫코노미(반려동물 연관 산업) 관련 시장 성장과 우리 기업 진출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중국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중국 내 1인 가구 증가 및 고령화, 소득수준 향상,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 확산 등으로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혼도 출산도 꺼리는 분위기 자체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