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교무실 풍경을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5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남성 선생님은 단 한두 명뿐인 모습 말이죠. “우리 학교엔 남자 선생님이 씨가 말랐다”는 학부모님들의 우스갯소리가 결코 과장이 아닌 게 요즘 현실입니다.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체육 행사를 할 때마다 몇 안 되는 남교사들이 ‘독박’을 쓰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곤 하는데요.
꽉 막힌 ‘여초 현상’에 아주 미세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 감지됐습니다. 올해 서울 초등교사 임용시험에서 남성 합격자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입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이 숫자가 과연 교실 속 ‘성비 불균형’을 해소할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합격자 발표 이면에 숨겨진 디테일을 들여다봤습니다.
◆212명 중 30명, ‘14.3%’가 갖는 무게감
29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26학년도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전체 합격자 212명 중 남성은 30명으로 집계됐다.
비율로는 14.3%. 여전히 여성 합격자(182명)가 압도적이지만, 전년 대비 2.9%포인트(P) 상승하며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한 수치 상승을 넘어 현장에서는 이를 ‘의미 있는 반등’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서울 교육 현장은 극심한 ‘남교사 실종 사건’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남교사 ‘0명’ 학교 수두룩”…통계로 본 현장의 비명
이번 합격자 비율(14.3%)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학교 현장의 성비 불균형이 임계점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교육통계서비스 자료를 기반으로 추산하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전체 교사 2만8000여명 중 남교사의 비율은 약 12.9% 수준에 불과하다. 신규 수혈되는 남교사 비중이 전체 재직 비율을 웃돌았다는 건, 적어도 성비 불균형이 더 심화되는 것을 막을 ‘방파제’ 역할은 했다는 뜻이다.
과거 서울 시내 초등학교 중 남교사가 단 1명뿐이거나 아예 없는 학교가 수십 곳에 달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현장의 성비 불균형은 심각했다.
이번 결과가 당장 현장의 갈증을 해소하기는 어렵겠지만, 멸종 위기라 불리던 남교사 유입이 늘어난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대 인기 식었는데 합격률은 왜?…‘허수’가 사라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근 교권 추락 이슈 등으로 남학생들의 교대 진학 선호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합격률이 올랐다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거품이 빠진 경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를 ‘진성 지원자의 생존’으로 분석한다. 교직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지원하던 허수가 사라지고, 정말 교사가 되고 싶은 소수의 ‘정예 남성 지원자’들만 남아 끝까지 완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상 초등 임용시험에서 남성 지원자의 합격률은 여성보다 소폭 높은 경향을 보인다.
올해 서울 초등 임용 경쟁률이 치열했던 가운데, 남성 합격 비율(14.3%)이 통상적인 남성 지원 비율(10~15% 내외)을 상회하거나 비슷하게 유지된 것은 “남성 지원자들의 합격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초등 분야에서는 훈풍이 불었지만, 유치원과 특수학교 분야는 여전히 ‘남교사 가뭄’이 극심했다.
유치원 교사 합격자 48명 중 남성은 단 1명(2.1%)에 그쳤다. 특수학교(유치원) 교사 합격자 7명은 전원 여성이었다.
특수학교(초등) 분야 역시 합격자 28명 중 남성은 1명(3.6%)뿐이었다. 특히 특수(초등)의 경우 전년도 남성 비율이 20.0%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6.4%포인트나 급락해 대조를 이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