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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망명한 시리아 독재자, 본국으로 송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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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임시정부 “독재자 아사드 보내라”
러시아 측 “아사드 문제는 할 얘기 없다”

10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에서 ‘앙숙’으로 대적한 두 지도자가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리아 정부군을 적극 지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부군에 맞서 싸운 반군 지도자 출신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러시아가 시리아 재건을 돕는다’라는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현재 러시아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옛 시리아 독재자의 존재가 여전히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2017년 12월 푸틴이 시리아를 방문했을 때 아사드와 함께한 모습. 2024년 12월 정권을 잃은 아사드는 푸틴의 주선으로 현재 러시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알샤라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크레믈궁에서 푸틴과 만났다. 알샤라가 시리아 임시 대통령에 오른 뒤 푸틴과 대면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푸틴은 알샤라에게 “시리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은 것을 축하한다”며 “지금이 시리아에게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의 경제 재건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알샤라는 “시리아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평화의 정착”이라며 “시리아의 단합과 안정을 지원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시리아는 2000년 취임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장기 집권을 하며 국제사회에서 ‘독재 국가’로 낙인이 찍혔다. 2011년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이 봉기를 일으키며 내전이 시작됐다. 푸틴은 예전부터 아사드 정권과 밀착했다. 러시아군이 시리아 정부군을 적극 지원하는 대가로 아사드는 러시아 육·해·공군이 시리아에 주둔할 수 있도록 군사 기지를 내줬다. 러시아가 제공하는 무기와 장비로 무장한 정부군 앞에 반군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두 나라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며 시리아 내전도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내 코가 석 자’ 신세가 된 러시아는 시리아에 있던 자국 군대를 황급히 불러들인 것은 물론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군사 지원도 확 줄였다. 그 틈을 노린 반군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급기야 2024년 12월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며 독재자 아사드는 가족과 함께 러시아로 줄행랑을 쳤다. 푸틴은 아사드 일가의 망명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2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때 반군 지도자였던 알샤라가 이끄는 시리아 임시정부는 “러시아가 독재자 아사드를 시리아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24년 독재의 책임을 묻고 내전 기간 저지른 인권 탄압 등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푸틴과 알샤라의 회담 후 취재진의 관심이 아사드 송환 여부에 집중된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크레믈궁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아사드 문제에 관해선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시리아 임시정부가 꼭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 해군 및 공군 기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중동과 지중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러시아 군부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아사드 송환과 러시아군 기지 존속을 맞바꿀 가능성도 제기하나, 푸틴과 아사드의 오랜 친분 관계를 감안하면 성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