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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한테 미안하다 전해줘”…배달하던 16살, 선배 괴롭힘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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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에 단기 3년·장기 4년 구형…유족, 엄벌 촉구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배달 일을 하던 10대를 잔혹하게 괴롭혀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또래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지난 28일 오전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감금·협박·폭행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10대 남성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동=뉴스1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1단독 손영언 부장판사 심리로 전날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폭행과 공갈, 감금 등의 혐의를 받는 A(18)군에게 장기 4년, 단기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A군은 한 살 어린 후배 B군을 폭행하거나 돈을 갈취하는 등 여러 차례 괴롭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A군의 괴롭힘에 지난해 8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7월 70만원에 산 중고 오토바이를 B군에게 140만원에 강매했다. B군은 억지로 산 오토바이를 활용해 음식 배달 등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수시로 갚았다. 하지만 A군은 수시로 B군을 불러 모텔에 감금하거나 무차별 폭행을 이어갔다. 입금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추가 금전을 요구했고, 연체료 명목으로 뜯긴 돈만 5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18일 B군은 누군가 신고로 경찰에 무면허로 입건되고 오토바이도 압류당했다. A군에게 돈을 가져다줄 방법이 없어지자 B군은 보복을 두려워하다 이튿날 새벽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사건 당시 경찰은 단순 변사로 판단했지만, 장례식장에서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B군 친구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재수사가 진행됐다. B군이 숨진 날 새벽 A군은 경찰서에 압류돼 보관 중이던 자신 명의의 오토바이를 찾아가 다른 이에게 170만원을 받고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B군을) 지속적으로 폭행·공갈·감금·협박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어 죄질이 좋지 않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A군 변호인은 재판에서 “모든 공소사실과 증거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날 재판에 출석한 B군 아버지는 재판부가 합의 의사를 묻자 “16세 아이가 죽었다”며 “평소 밝고 잘 웃던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합의할 생각은 없고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아이가 죽었지만 구형은 폭행, 공갈, 협박에 의한 구형이 나왔다. 죽음과는 무관한 구형”이라며 “아이를 홀로 키우던 할머니는 아직도 매일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며 울먹였다.

 

A군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3월25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