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된 딸아이가 아직 ‘쪽쪽이’를 끊지 못했다. 일상생활에는 쪽쪽이를 물지 않아도 그럭저럭 버티는데, 잘 때는 쪽쪽이를 물어야만 스르르 잠이 들곤 한다. 우리 부부의 육아엔 쪽쪽이가 아직 필수품이다. 이젠 어금니가 나면서 아이가 치아로 쪽쪽이를 물어뜯어 찢어버리는 일이 자주 생긴다. 살짝 찢어진 거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아이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찢어진 쪽쪽이는 물지 않아 새 상품을 사기를 반복했고, 어느덧 버린 쪽쪽이 개수만 해도 10개는 족히 넘었다.
그때마다 쿠팡 로켓 배송이 큰 도움이 됐다. 결혼 전만 해도 쿠팡의 효용성을 그다지 못 느껴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육아가 시작되면서 쿠팡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육아엔 쿠팡이 필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장 급한 육아용품, 유치원이나 학교 준비물, 먹거리 등을 쿠팡의 새벽배송으로 충당해온 사람들이 많다. 전날 저녁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필요한 걸 다음 날 새벽 현관문 앞으로 바로 가져다주니까.
최근에 아이가 또다시 쪽쪽이를 치아로 물어뜯어 찢어버렸다. 그런데 이번엔 쿠팡 새벽배송을 시키지 않고,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육아용품점에 직접 가서 사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최근 쿠팡에서 불거진 다양한 이슈를 보면서 ‘탈팡’(탈퇴+쿠팡)을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좀 불편하고 수고롭더라도, 무럭무럭 자라서 언젠가 노동자가 될 딸의 미래를 위해선 노동자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사지 말아야겠다는 아빠의 마음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탈팡 인증’ 게시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쿠팡의 337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이후 국회 청문회에서의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인해 나처럼 분노한 소비자가 꽤 많은 모양이다. 덕분에 과거 쿠팡의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적도 다 파묘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에 노동자 과로사 증거를 은폐하려던 시도, 퇴직금 미지급을 검찰 로비를 통해 무마하려는 시도, 잘 팔리는 중소기업 제품을 쿠팡 PB상품으로 만들어 더 싸게 팔기까지.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다.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한 보상안이라고 내놓은 게 5만원 상당의 쿠폰인데, 그중 4만원은 ‘쿠팡 트래블’ 2만원 쿠폰, 럭셔리 명품을 파는 ‘쿠팡 럭스’ 2만원 쿠폰이었다. 보상안을 구실로 자신들의 잘 굴러가지 않는 플랫폼 홍보라니. 이래놓고 1조원이 넘는 보상안이란다. 여전히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 취급하고 있는 쿠팡이다.
탈팡 후 한창 육아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도 탈팡을 권유했더니 “탈팡하고 싶은데, 기저귀가 급하게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주문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 하나가 탈팡한다고 쿠팡이 꿈쩍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안다. 그래도 어쩌겠나. 힘없는 소비자가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이것뿐인데. ‘어차피 한국 소비자들은 쿠팡을 못 떠날 거야’라며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쿠팡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지 말고 변해야 한다. 시장엔 영원한 강자는 없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