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농업/ 정대호·손정익/ 동아시아/ 2만원
1969년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이래, 인류는 우주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는 달을 넘어 화성 표면에 무인 탐사선을 보냈고, 머지않아 사람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주 과학자들은 머지않아 화성에 사람을 이주할 프로젝트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달이나 화성에서 인간이 살아가려면 적절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수많은 조건을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우선이 ‘먹는’ 문제다.
원예학자 정대호 교수와 식물공학자 손정익 교수가 함께 쓴 이 책은 다가올 인류의 우주 거주시대에 지구 밖에서 먹을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우주개발 시대에 대비한 수직농장(Vertical Farm·농작물을 위로 쌓아 올려 키우는 농업 시스템)부터 인공생태계(인간이 의도적으로 설계·조성·관리하는 생태계), 테라포밍(다른 행성이나 위성 표면에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인위적인 환경을 만드는 기술) 등 우주 농업의 핵심 기술을 상세히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우주 농업(Space Agriculture)은 우주 공간이나 외계 행성 환경에서 식량과 생명자원을 생산하는 기술과 시스템 전반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같은 저궤도 우주에서의 식물 재배, 달과 화성 기지에서의 식량 자급 시스템, 폐쇄 생태계 내 순환 농업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우주 농업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무중력·저중력 환경에서 작물이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하는 기술, 물·산소·영양분·에너지를 완전 순환시키는 폐쇄형 생태 시스템,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 생산이 가능한 자동화·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팜이다. 지구의 농업이 기후와 토지, 물에 의존해 왔다면, 우주 농업은 기술과 시스템, 생태순환에 의존한다. 이는 농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말한다.
우주 농업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미 1990년대부터 우주식물 실험을 진행해 왔으며, 2015년 ISS에서 우주 재배로 상추 수확에 성공했다. 이후 2020년에는 우주에서 재배한 무를 우주비행사가 직접 먹는 장면이 공개되며,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은 2016년부터 달 기지를 겨냥한 폐쇄형 생태 농업 시스템 실험을 시작했고, 2019년에는 창어 4호 탐사선에 실린 밀, 감자, 유채 씨앗이 달에서 최초로 발아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기업 역시 장기 체류형 우주 농업 모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먼지가 자욱한 화성의 대기로 인해 푸른빛이 많아지면,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할 때 지구와는 조금 다르게 자랄 수 있다. 식물이 광합성에 사용하는 빛은 여러 파장대에 걸쳐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붉은빛이다. 엽록소는 붉은빛에 가장 민감하며, 광합성의 에너지원으로 많은 양을 사용한다. 붉은빛을 받으며 자란 식물은 얇고 넓은 잎 형태를 만들고 키가 커진다. 그러나 붉은빛만 받으면 힘없고 축 처진 식물로 자랄 수 있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을 모방해 약간의 푸른빛을 섞어주면 식물은 정상적인 모양으로 자란다. 푸른빛은 파장이 짧아 큰 에너지를 가지며, 조금만 있어도 식물의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푸른빛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식물은 점점 더 진한 색의 두꺼운 잎을 갖게 되고, 크기가 작아진다. 만약 화성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상추를 기른다면 삼겹살을 싸 먹기에는 조금 작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마토 같은 작물은 오히려 푸른빛이 많을 때 키가 커진다. 어쩌면 화성에서 기르기에 적합한 작물은 우리가 평소에 먹는 종류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성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길은 아직도 멀다.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광은 제곱미터당 1000W 정도의 에너지를 갖는다. 반면, 화성 표면에 쏟아지는 태양광은 바이킹 탐사선이 착륙한 지점에서 제곱미터당 300W 수준으로 나타났다. 화성은 지구에 비해 어두운 환경이라는 말이다. 만약 화성에서 작물을 재배하려면 빛이 조금 적더라도 잘 자랄 수 있는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242∼243쪽)
지구 밖 인류의 두 번째 농지가 될 달과 화성에서 농사를 짓기 위한 핵심 관건은 무중력에서 씨앗을 자라게 하는 기술 개발이다. 지구의 식물은 중력을 기준으로 뿌리를 아래로, 줄기를 위로 뻗는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다. 이때 식물은 빛과 수분, 영양분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새로운 성장 방식을 택한다. ISS에서 진행된 실험에 따르면 식물은 발광다이오드(LED) 광원 방향을 중심으로 줄기를 뻗고, 뿌리는 수분 공급 지점으로 자라며, 광합성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물이 구형으로 떠다니는 무중력 환경에서 습도 조절, 미생물의 번식 억제, 좁은 공간에서의 고밀도 재배 등 과제가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개발한 농법이 공중재배, 수경재배, 완전 자동화 스마트팜시스템 등이다.
우주 농업의 산업적 가치는 무한하다.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우주 농업 및 극한 환경 농산업은 2040년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주용 작물 종자 개발, 극한환경 농업용 로봇, 생명 순환 시스템, AI 재배 관리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의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 개척시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류가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주 농업에 이제부터라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