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평평하다는 설 등 상식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음모론을 믿는 사람은 오히려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호주 남호주대 타일러 코스그로브 박사 연구팀은 성인 66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추적 조사를 실시해 음모론 신봉 성향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적 차이(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최근호를 통해 공개됐다.
연구팀은 교육 수준을 비롯해 나르시시즘, 독특함에 대한 욕구, 인지적 종결 욕구 등 성격·심리적 특성이 음모론 수용과 가짜 뉴스 판별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폈다. 연구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다양한 음모론 신념을 평가하는 설문과 함께 실제 뉴스와 가짜 뉴스 헤드라인을 구분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분석 결과 음모론 신봉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교육 수준이 아니라 ‘나르시시즘(자기애 성향)’이었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할수록 음모론과 허위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관계는 연령, 소득, 정치 성향, 학력을 통제한 뒤에도 유지됐다. 나르시시즘 점수가 높을수록 음모론과 허위 정보에 대한 취약성이 컸고, 교육이 갖는 ‘보호 효과’는 크게 약화됐다. 나르시시즘이나 독특함에 대한 욕구가 평균보다 약간만 높아도 교육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특히 고학력자에게서도 같은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고학력자들이 자신의 지적 능력을 사실 검증보다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 지식’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 강화에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를 ‘인식적-사회적 동기화된 추론(Epistemic-social motivated reasoning)’이라 정의했다.
이는 기존의 대규모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2023년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심리학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 실린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음모론 확산에는 인식적·실존적·사회적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욕구,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려는 욕구,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확신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음모론 수용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코스그로브 박사는 “나르시시즘 같은 성격 특성은 변화시키기 어렵고, 특히 개인의 변화 의지가 없을 경우 더욱 그렇다”며 “지식에 대한 욕구와 사회적 인정 욕구를 건강하게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음모론과 허위 정보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