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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인물들… 위대하거나 거악이거나… 우리 시대에 필요한 리더는 누구인가?

소아마비 장애 딛고 성공한 루스벨트부터
혁명가 레닌·악당 히틀러·다혈질 전략가 처칠…
8인의 지도자가 남긴 성취와 그림자 분석

전쟁·대공황 속에 탄생한 카리스마적 리더
혼란의 시대, 결단·비전 가진 지도자 요구돼
다시 질문 던지는 한 개인과 시대의 영향력

20세기의 거인들/ 마이클 만델바움/ 홍석윤 옮김/ 미래의창/ 2만9000원

 

1921년 8월,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선출돼 전도유망한 정치인으로 발을 내디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소아마비에 걸리며 심각한 좌절을 겪어야 했다.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다리를 영영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리에 무거운 금속 보조대를 차고 지팡이를 사용해 그나마 짧은 거리만 걸을 수 있을 뿐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레닌, 아돌프 히틀러, 윈스턴 처칠, 마오쩌둥 등 20세기 세계를 뒤흔든 인물 8명에 대해 생애와 시대 배경, 리더십, 개인적 발자취, 유산 등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한 책이 나왔다. 왼쪽 사진부터 우드로 윌슨, 레닌, 히틀러, 처칠
루스벨트(왼쪽부터), 모한다스 간디, 다비드 벤구리온, 마오쩌둥. 미래의창 제공

하지만 그는 정치적 야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내 엘리너에게 자신을 대신해 선거운동을 하게 하면서 뉴욕 주지사로 재선까지 성공했다. 정책은 노령 연금 도입을 주장하고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등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다. 대공황의 여파 속에 치러진 193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를 큰 표차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루스벨트는 이때부터 무려 네 차례나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첫 임기에서는 대공황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과 업적을 남겼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임기는 전쟁 대응으로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 도대체 소아마비 장애를 앓던 루스벨트는 어떻게 20세기 최고의 지도자, 정치인이 된 것일까.

마이클 만델바움/ 홍석윤 옮김/ 미래의창/ 2만9000원

그는 많은 정치인이 내세우는 매력이나 솔직, 진정성 등을 모토로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정떨어지고 솔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충분했지만, 그 스스로 정직하지 않다고, 공평하지 않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나는 저글러입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결코 모르게 하지요. 내가 유럽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정책이 북미와 남미에 대한 정책과는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나는 완전히 모순된 사람일 수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전쟁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속이기도 하고 거짓말도 할 것입니다.”

특히 루스벨트는 사상가가 아니었고, 어떠한 사람으로부터 강력한 영감을 받았거나 정보를 받은 적도 없었다. 그를 성공한 지도자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정책 역량이었다.

“루스벨트가 20세기의 세계적 지도자가 된 이유는, 자신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상,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전쟁에서 영국의 생존과 나치 독일이 패배가 미국에 중요하다는 확신을 공공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 아니 지금도 미국의 세계적 역할은 거의 모든 국제문제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루스벨트의 정책과 성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이자 미국 외교정책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신간에서 루스벨트를 비롯해 20세기 세계를 움직인 인물들을 단순히 위인전이나 영웅적 서사로 다루지 않고 생애와 시대 배경, 리더십, 개인적 발자취, 유산 등으로 나눠 정치적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한다.

책의 분석 대상은 루스벨트를 포함해 모두 8명. 세계 평화를 꿈꾸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힌 이상주의자 우드로 윌슨, 제정 러시아 제국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으나 실패한 공산주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세계에 재앙적인 파괴를 안긴 악당 아돌프 히틀러, 대영제국의 위기에 맞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다혈질의 전략가 윈스턴 처칠, 비폭력 정신으로 일관한 인도의 독립 영웅 모한다스 간디, 나라를 잃은 민족에게 국가라는 희망을 줬지만 아랍인들에게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한 정치인 다비드 벤구리온, 국공 내전에서 승리해 중국 대륙을 통일한 영웅이지만 인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독재자의 두 얼굴을 가진 마오쩌둥이 그들이다.

저자는 이들 각자에 대해 성취와 비판, 의도와 결과의 차이 등을 냉정히 따지고 비판하면서 이들 모두 각기 다른 이념과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했으며 그 결과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국제정치 질서와 국가의 운영 방식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고 평가한다.

이들 20세기의 세계적 리더 8명을 비교하면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8인의 리더는 우선 세습 군주가 아니었고, 오히려 군주제가 사라졌거나 약화된 시기에 공적 생애를 살았다. 이들은 또 자신감과 에너지, 회복력, 인내심으로 위대함이나 거악으로 가는 길을 놓았다. 아울러 모두 뛰어난 연설자였고, 독서가였으며, 루스벨트를 제외하고 일곱 명은 글쓰기에도 적극적이었다고 분석한다. 또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 자질에 의존해 폭넓은 변화를 추구한 리더로 평가된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적 리더십을 오랜 관습과 전통에서 권위를 얻는 전통적 리더, 민주주의 체제에서 합법적으로 권한이 부여되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리더, 개인적 속성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카리스마적 리더 세 유형으로 나눈 뒤 카리스마적 리더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카리스마 리더십은 개인의 성격에서 나오는 특정 자질로, 그 자질로 인해 그는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되고 초자연적 초인적 또는 적어도 특별히 예외적인 힘이나 자질을 받은 사람으로 간주된다.”

20세기 8명의 인물은 대체로 카리스마적 리더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들은 왜 카리스마적 리더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었을까. 그들의 자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시대적 환경 때문이었을까.

“개인적 자질에 기반한 리더십 정의가 20세기 전반에 보다 일반화되었는데, 이 시기의 세 가지 큰 격변(두 번의 세계대전과 한 차례의 대공황)이 권위의 다른 두 가지 근원, 즉 전통적 리더와 합법적 리더가 출연한 환경을 약화시키고 급진적인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할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 물론 개인적 자질이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20세기의 세계사적 격변 가운데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비상 상황에서는 혁신의 범위가 평소보다 더 넓어진다.”

결국 저자의 질문은 최종적으로 지금, 여기로 향한다. 세계화의 균열, 민주주의 후퇴와 권위주의 부상 등 오늘날 국제정치적 불안정성으로 과거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결단과 비전을 가진 지도자에 대한 요구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는 한 개인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반대로 한 개인은 시대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