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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투톱 실적 ‘신기원’, 혁신 행보 발목 잡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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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가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어제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9.2% 늘어난 20조737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333조6059억원, 영업이익은 43조6011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AI)의 폭발적 확산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47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전사 연간 영업이익을 앞지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K반도체가 내실을 다지려면 민관이 힘을 모아 압도적인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두 기업의 약진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도 있지만, 선제 투자와 혁신이 가져온 결과다. 삼성은 미래 기술 확보 차원의 투자를 지속하며 지난해 4분기 연구개발비에 10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인 37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SK의 일등공신은 단연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지난해 D램 부문에서 HBM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체제를 구축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무려 58%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영업이익률(54%)을 웃돈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의 혁신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다.

삼성전자와 SK는 현금 배당 등 대대적인 주주환원책도 내놨다. 1조3000억원 규모의 2025년 4분기 결산 특별배당을 시행한다. 지난해 연간 총 배당금액만 무려 11조1000억원에 달한다. SK도 2조100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과 함께 12조원대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 이익이 침체된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취지다.

지금 세계는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사즉생(死則生)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국회·정부가 기업 혁신의 발목을 잡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주 52시간 예외’를 뺀 반도체 특별법도 지루한 정쟁 끝에 어제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걸핏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을 들먹이며 갈 길이 바쁜 기업을 흔들기 일쑤다.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AI 반도체 기술력에서 앞선 우리 기업이 더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기업의 끊임없는 도전에 국가가 전폭적 지원으로 화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