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지 말라며 신고도 없이 집회를 연 시민단체 대표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 임정윤 부장판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고 지난 2024년 9월11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남 양산시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30여명과 함께 집회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등은 ‘역사부정 친일매국노 응징하자’는 등의 내용이 쓰인 피켓을 들고 “우리가 평화”, “우리가 희망”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당시 전국 곳곳에서 소녀상을 모욕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가 양산의 소녀상에도 ‘철거’라고 쓰인 검정색 마스크 등을 씌우기도 했다.
A씨가 속한 단체 등은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는데, 철거 주장 단체가 11일 양산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철거 주장 단체가 집회를 하는 동안 A씨 등은 맞불집회를 했다. 소녀상이 설치된 잔디밭으로 들어가 플래카드 등을 든 채 서 있었다. 상대 단체가 돌아간 뒤에도 A씨 등은 42분간 참가자들이 한 명씩 나와 규탄성명서를 돌아가면서 낭독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A씨 단체의 집회가 사회통념상 혀용될 만한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 A씨 등이 상대 단체가 집회를 할 때 현수막 등을 들고 현장 경찰관의 안내에 따라 소녀상 주위에 서 있기만 했고, 구호를 외치거나 마이크 등 음향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임 부장판사는 “상대 단체가 한 소녀상 모욕 행위를 막기 위한 행동으로, A씨의 행동이 상대 단체의 집회에 관한 권리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가 같은 날 다른 시간대에 집회신고를 했던 것도 참작 사유가 됐다. 임 부장판사는 “장소, 시간 등은 달라졌지만, 소녀상을 모욕하는 행태를 알린다는 주된 내용에는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면서 “집회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한 법 정신과 사회통념에 비추어 봐도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