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연말연시 원달러 환율이 1480원 가까이 급등한 것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하더라도 정당화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28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매크로 컨퍼런스 대담 중 “원화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평가절하되기 시작한 이유를 되돌아보면 정말 의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당시 환율 급등 배경에 대해 일종의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출 호조 등으로 달러가 풍부했지만 사람들이 달러를 현물 시장에 팔기를 꺼렸기 때문”이라며 “개인과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으로 봤고 이런 기대 심리에 대응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특히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 규모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이 총재는 “해외 투자 규모가 우리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상당히 커졌다”며 “이는 원화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계속 창출하고 그 기대는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해외 투자를 선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자산 운용 방식의 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환 헤지 비율 목표는 0%인데 경제학자로서 사견으로 말이 안 된다”며 “헤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헤지 수단이나 달러 자금 조달원도 확보해야 한다”며 “달러 표시 채권 발행 허용 여부를 논의 중으로 아마 3개월에서 6개월 내 한국 외환시장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반도체와 방산 그리고 자동차와 조선업 수출”이라며 “특히 반도체 산업과 인공지능 관련 수출이 상당히 강세”라고 진단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환율이 1470원에서 1480원 선에서 장기간 머무르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더 높여야 할지도 모르지만 올해 물가를 2% 안팎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공급 측면의 해결책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처럼 대출 제한 중심의 정책을 지속한다면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다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