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문화재 가치 훼손을 이유로 종로구 세운지구 개발에는 반대하면서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 정부의 ‘1·29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은 모순이라고 직격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기준을 정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종묘 앞 고층빌딩 개발은 추진하면서 태릉 옆 주택 공급에는 반대하는 서울시야말로 이중적일 수 있다는 점을 꼬집자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1일 페이스북에 ‘국가유산청과 국토교통부는 각각 다른 나라 정부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가유산청이 세운지구 개발에 적용하는 잣대를 똑같이 태릉CC에 적용한다면 서로 다른 결론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 바라본 경관을 훼손한다며 세운지구 고층 건물 건설 계획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29일 세계문화유산 태릉·강릉에 인접한 태릉CC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이중잣대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종묘 앞 고층 개발은 되고, 태릉 옆 주택 공급은 안되나”라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똑같은 사안에 정반대의 입장”이라고 적은 바 있다.
오 시장은 “대통령과 이 정부가 보이는 행태야말로 모순이고 이중 잣대”라며 “두 부처가 각각 다른 나라 정부가 아니고서야 국가유산청의 결론과 국토부의 결론이 다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시는 특히 태릉CC의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직접 포함되는 반면 세운지구는 그 범위 밖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계유산지구에 일부라도 포함 또는 접하는 개발사업은 면적 비율과 관계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차기 후보로 꼽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원칙에 따라 받아야 할 세계유산영향평가는 회피한 채 디테일이 틀린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근처의 개발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맞춰 조정해 추진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정 구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태릉CC의 경우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취지로 설명해 온 반면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한 사안임에도 서울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정 구청장은 또 국내의 법·조례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서로 다른 체계라면서 국내에서 정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얼마나 겹치느냐가 영향평가 필요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