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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의 우정과 연대…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 [창간37-제22회 세계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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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유리 조각 시간’ 줄거리

간호사 유영은 출국을 앞두고 다니던 병원을 그만둔다. 그날 밤, 연락이 끊겼던 친구 경진에게서 메일이 도착한다. 경진은 ‘유영’을 화자로 한 소설을 보내오고, 그가 쓴 문장들은 유영을 어린 시절로 이끈다. 중학생 때 이사한 도시에서 유영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건너편의 타워에 매혹된다. 다리 끝에 서서 타워를 응시하며 자신이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언니(유경)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같은 시기 유영은 채팅 사이트에서 델(경진)을 만난다. 두 사람은 기이한 경험을 공유하며 가까워지고, 그 후 오랫동안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퇴사 후 본가로 돌아온 유영은 자신을 붙잡으려는 엄마와 부딪치면서도, 할머니와 엄마의 끊어진 관계를 잇고 싶어 한다. 어느 날 낙상으로 거동이 힘들어진 할머니는 딸에게 전화하지만, 함께 병원에 가는 건 유영의 몫이 된다. 할머니의 퇴원 후 유영은 그를 본가로 모시는데, 엄마의 냉대로 인해 오래된 감정의 밑바닥을 마주한다.

 

한편, 경진의 소설에서 불길함을 읽어낸 유영은 그가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간다. 경진은 유영에게 바다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지만, 과거 외출을 허락했던 환자가 중태에 빠지는 일을 겪은 유영은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결국 외출은 무산되고, 얼마 후 경진은 세상을 떠난다.

 

유영이 본가에 돌아왔을 때 할머니는 이미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뒤였고, 할머니와 엄마는 다시 대화를 시작한 상태다. 경진을 떠나보내는 동안 유영은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해 애썼고, 자신 안에 머무르던 유경의 존재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 언니를 보살피는 상상을 오래도록 품어 왔다는 것도 깨닫는다. 출국을 위한 대사관 인터뷰를 앞두고 유영은 타워에 오른다. 다리 끝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는 어린 자신을 마주하며, 그 곁에 머물던 델이라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이제 경진은 없지만, 유영은 그가 자신 안에 머물 것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