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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환기적 위기’의 시대, 정치 복원·신뢰 회복으로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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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창간조사, 59% “한국 정치 불신”
저출생 등 국가 난제 해결 힘 모으고
중앙 종속된 지방자치 내실화해야

세계일보가 창간 37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10명의 74%가 현시대를 ‘전환기적 위기’로 진단했다. 전환기적 위기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겹치며 불확실성이 관리가 힘들 만큼 커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재명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모든 연령대에서 ‘저출생·고령화’를 꼽았다. 수도권 집중과 청년 일자리, 양극화 해소, 인공지능(AI) 대응 등도 정부가 시급히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세대별 인식 차이 또한 큰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정작 해법 마련과 실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정치권은 손을 놓은 모양새다. 당장 저출생만 해도 자녀 양육이 초래하는 경제적 부담, 취업·고용 불안정,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에 따른 여성의 경력 단절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련 정책은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초당적 입법으로 대응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쟁을 일삼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면 선심 쓰듯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행태로는 안 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한국 정치를 불신한다”고 답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여당이자 원내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개혁’이란 명분 아래 민생은 외면하고 입법 폭주로만 일관한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할 일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과 머리를 맞대는 협치를 통해 정치부터 복원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6·1 지방선거까지 이제 4개월도 채 안 남았다. 1995년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후 30년 넘게 흘렀으나 우리 지방자치는 아직도 중앙 정치에 종속된 후진성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불거진 서울시의회 의원 후보자 공천 헌금 의혹이나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의 갑질 정황 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절반 가까운 응답자는 “지방선거에선 행정 전문가 등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야 모두 이를 명심하고 뼈를 깎는 수준의 공천 개혁을 통해 지방자치 내실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의회 후보자의 정당 공천 폐지 등 제도적 개선책도 모색해야 한다. 최근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광역시·도 행정 통합’은 지방균형발전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일체의 정략적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회 될 때마다 한국의 국방력이 세계 5위에 해당한다며 자주국방을 강조한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의 위협에 많은 국민이 심각한 안보 불안을 느끼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한국이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더라도 핵 잠재력만큼은 보유해야 한다”고 답한 점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핵 잠재력이란 평시엔 핵무기가 없지만 유사시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어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정부는 이 같은 민의를 감안해 정교한 외교·안보 전략을 짜되 동맹인 미국 조야에 ‘한국이 핵무기 보유를 원한다’는 식의 그릇된 신호를 보내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