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사법농단' 양승태 무죄→유죄…대법도 직권남용 인정할까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2심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
47개 혐의 중 2건 유죄로 뒤집혀
1심보다 직권남용 범위 넓게 적용
양측, 상고 계획… 최종 판단 촉각

사법행정권남용 사태로 기소된 양승태(78·사진) 전 대법원장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일부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데 대해 즉각 상고 입장을 밝히면서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1·2심 간 법리 판단이 달랐던 직권남용죄 성립 요건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지난달 30일 재판 개입 등 47개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헌정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첫 사례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박병대(68) 전 대법관에게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고영한(70) 전 대법관은 1심 무죄 선고가 유지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47개 혐의 중 2015년 서울남부지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취소하게 한 건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낸 행정소송과 관련해 재판에 개입해 직무권한을 남용했다는 2개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다. 원심과 항소심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해석을 달리했다.

원심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 중 하나는 ‘직권이 없어 남용도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다. 사법행정권자에게는 재판사무의 핵심 영역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 직무권한이 존재하지도 않고 따라서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같은 구조로 접근한 경우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대한 제3자의 관여 행위와 같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할 권한’은 애당초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제3자의 재판개입에 대해 원칙적으로 어떠한 사안에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될 수 없다”며 “‘재판사무의 핵심영역’에 대한 행위에 관해는 언제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결론에 이르게 돼 재판의 독립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라며 상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항소심 판단은 다른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다. 앞서 대법원은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사건에서 “재판 관여는 일반적 직무권한 내 행위가 아니라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통진당 사건 재판 개입 혐의도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이 내려져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이 직권남용과 관련한 법리 해석 통일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최근 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너무 없다”면서 “재판부마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