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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파서 잠이 안 와요”…60만원에 다 던진 개미들, 자고나니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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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20%에 전량 매도했더니 보란 듯 폭등…“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바보 됐다” 통곡
개인 털고 나간 삼성·하이닉스 물량 7조원, 외국인들 ‘풀매수’로 싹쓸이하며 그들만의 축제
국가데이터처 수출 지표 역대 최대치 경신…“아직 정점 아니다” 본격적인 실적 장세 돌입

“수익을 냈는데도 잠이 안 옵니다. 배가 너무 아파서요.”

 

최근 반도체주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폭등세를 보이면서, 조기에 매도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김모(38) 씨는 요즘 스마트폰 주식 앱을 켤 때마다 한숨을 내쉽니다. 그는 지난달 초,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 주식을 전량 매도했습니다. 수익률 20%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60만원대에 털고 나왔지만, 주가는 보란 듯이 더 치고 올라갔기 때문이죠. 김 씨뿐만이 아닙니다. 주식 커뮤니티에는 “50만원대에 팔고 좋아했는데 바보가 된 기분이다”, “조정 오면 다시 산다고 기다리다가 지붕만 쳐다보고 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물량을 받아낸 외국인 투자자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역대급 실적과 수출 지표를 확인한 외국인들은 망설임 없이 한국 반도체를 쓸어 담고 있습니다. ‘개미’들이 내린 열차에 외국인들만 탑승해 가파른 수익 구간을 즐기고 있는, 2026년 1월의 주식시장 풍경을 들여다봤습니다.

 

◆개미가 던지면 외국인이 줍는다…1월에만 7조 ‘폭풍 매수’

 

2일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개인 투자자의 ‘매도’와 외국인의 ‘매수’ 엇박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2일부터 29일까지 개인들은 삼성전자에서 약 4조8500억원, SK하이닉스에서 2조12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 막대한 물량은 고스란히 외국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두 종목을 합쳐 무려 7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풀매수’ 공세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 기간 각각 34.03%, 32.26%나 뛰었다. 코스피 지수 상승률(23.90%)을 가볍게 따돌린 수치다.

 

지난해 이미 두 배, 세 배 올랐음에도 1월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은 수급의 주체가 개인이 아닌 외국인이라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수출 데이터가 증명했다”…반도체, 다시 한국 경제 심장으로

 

주가가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단단한 거시 지표다. 국가데이터처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배 가까이 폭증하며 20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1월 수출 실적 중 압도적인 최대치다.

 

전체 국가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1%를 넘어섰다. AI(인공지능)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단순한 호황(Boom)을 넘어 구조적인 성장세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실적이 주가를 뒷받침하는 ‘실적 장세’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전 세계 AI 서버 95%가 ‘K-반도체’…압도적 점유율의 힘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경쟁력은 더 확실해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가트너 등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2026년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약 51%)와 삼성전자(약 44%)의 합산 점유율은 9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전 세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한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그동안 주가 발목을 잡았던 HBM 사업 부진 문제가 해소됐고, 12단·16단 제품 양산이 안정화되면서 경쟁사와의 이익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정점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익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보다 훨씬 싸다”…목표주가 23만원도 ‘저평가’

 

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세일 기간’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8.5배 수준이다. 30배가 넘는 엔비디아나 20배 수준인 TSMC에 비하면 현저히 저평가된 상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전 세계 AI용 메모리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며 독보적인 수익성을 기록 중이다. 뉴스1

이러한 ‘딥 밸류(Deep Value)’ 매력 때문에 증권사들은 앞다퉈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1월에만 삼성전자는 20곳, SK하이닉스는 16곳의 증권사가 눈높이를 올렸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161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6%로 추정하며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제시했다. 불과 3일 만에 목표가를 재수정한 파격적인 행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영업이익 135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목표주가는 13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9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11%나 상회했다”며 “올해 말 기준 주주 환원에 쓸 수 있는 재원만 29조원에 달해,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이 주가 부양의 또 다른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