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가 서울 아파트 시장의 지형도를 뒤흔들면서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중소형 아파트값이 한강 이남에서 평균 18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2일 KB부동산이 발표한 1월 주택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한강 이남 11개구의 중소형(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8억269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보다 0.96% 상승하며 서울 중소형 면적 중 처음으로 18억원 선을 돌파한 것이다. 실거래 사례를 보면 서초구 방배동 ‘삼호한숲’ 전용 84㎡는 지난달 18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2023년 5월 대비 약 3억원 올랐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동일 면적 역시 지난달 20억원에 매매되며 직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발표된 6·27 및 10·15 대책은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대출 한도가 6억원이지만, 15억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출 폭이 좁아진다. 우리은행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상급지 이동 수요는 여전하지만, 대형보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중소형 면적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대출 규제로 구매력은 낮아졌으나 상급지를 선호하는 수요가 중소형에서 가성비를 찾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강 이북 지역도 대출 6억원을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강 이북 14개구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가는 지난달 11억419만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1억원을 넘어섰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가 11억9500만원에 계약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은평구 수색동 ‘DMC파인시티자이’ 전용 74㎡도 두 달 새 약 5000만원 올랐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중단과 보유세 인상 가능성 등으로 인해 대형 평수보다는 대출이 용이한 중저가 실수요 위주의 중소형 면적이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