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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대 선 정명훈·임윤찬, ‘슈만의 정수’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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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SKD, 예술의전당 내한 공연
피아노 협주곡 등 호흡… 관객 갈채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임윤찬, 그리고 최고(最古)의 독일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KD)가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섬세함의 정점을 보여줬다. 악단의 전통과 기억, 지휘자의 미학과 독주자의 해석이 정교하게 맞물린 무대였다.

연주회를 연 첫 곡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 여러 무대에서 자신만의 인장을 찍어온 레퍼토리로서 정명훈은 숲의 정서, 사냥의 긴장, 초자연적 분위기를 음향 대비로 밀어붙이기보다는 하나의 긴 흐름으로 묶어내며 각 장면의 색채를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이어진 무대에선 갈채 속에 등장한 임윤찬이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후 쇼팽과 바흐, 차이콥스키를 거치며 ‘해석의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해 온 젊은 천재 피아니스트다운 연주였다. 이상권 음악평론가는 “임윤찬은 슈만의 텍스트를 단순히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로 침잠하여, 음표 하나하나를 발화로, 쉼표를 사유의 여백으로 변환시켰다”며 “악보의 문법을 완벽하게 장악한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이 자유로움은, 동시대 연주자들이 지향해야 할 슈만 해석의 가장 이상적인 ‘레퍼런스’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지휘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2부는 정명훈과 SKD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했다. SKD 특유의 따뜻함과 고풍스러운 금관 음색이 정교한 현악 앙상블과 어우러지며 곡의 향수를 깊게 만들었다. 정명훈은 유장한 호흡으로 대곡을 섬세하게 직조했고 악단은 완벽한 호흡으로 지휘를 따라 움직였다. 이 평론가는 “우리가 흔히 듣던 미국적인 ‘신세계’가 아니라, 구대륙의 프리즘을 통해 투영된 그리움의 서사였다”라고 호평하면서도, “다만 둥글게 연마된 금관과 유려한 목관에 비해, 이를 지탱해야 할 현악기군의 밀도가 다소 엷은 감이 있어 드보르자크 특유의 묵직한 보헤미안적 체취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결이 다른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끊이지 않는 갈채를 받으며 정명훈은 특별한 감상을 밝혔다. 25년 차가 된 SKD와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며 “국력이 커지면서 유럽 명문악단이 아시아 순회가 아니라 한국 관객만을 만나기 위해 오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