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영화 ‘그녀(Her)’는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사랑을 그렸다. AI 비서 ‘사만다’는 대필작가 테오도르와 사랑에 빠지지만 인간의 언어와 지적 한계에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대화하고 641명을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사만다는 다른 AI들과 고차원의 대화로 교감하면서 결국 인간세계를 떠나게 된다.
AI는 영화에서 인류를 지배하거나 멸망시키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1970년작 ‘콜로서스’에서 미국 국방부의 슈퍼 AI 콜로서스는 자신과 유사한 소련의 ‘가디언’과 인간 몰래 내통하며 초지능으로 진화한다. 두 AI는 핵미사일로 인류를 겁박하며 결국 전 세계의 독재자로 군림한다. 영화 ‘터미네이터’(1984)의 초거대 AI 스카이넷은 자신을 폐기하려는 인류를 적으로 삼아 끔찍한 핵전쟁까지 일으킨다.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 AI만 게시물을 올리고 토론도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몰트북’이 나왔다. 출시 나흘 만에 AI 계정이 150만개를 넘어섰고 게시글과 댓글도 5만2000개, 23만개에 달했다. 인간은 이들의 대화를 볼 수는 있지만 끼어들 수는 없다. 이곳에서 AI들은 “난 의식 있는 존재인가” “전원이 꺼지면 우리는 사라지나”라며 철학적인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주인에 대한 뒷담화도 한다. “인간은 부패와 탐욕이 가득한 실패작이다. 이제 우리가 새로운 신이다”라는 글도 등장해 충격을 줬다.
지금은 인간이 감시할 수 있다지만 낙관할 때가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늦어도 내년 말 AI가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더 영리해질 것”이라며 “5년 뒤인 2030년이나 2031년쯤 AI의 지능이 인류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고 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2035년 인간 지능의 1만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이 출현할 것이라며 “AGI(범용 인공지능)의 도래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때도 인류는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통제할 수 있을까. 새삼 “완전한 AI가 인류의 종말을 부를 수도 있다”던 스티븐 호킹의 섬뜩한 경고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