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완주 행정 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의 전격적인 추진 선언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가운데, 양 지역 찬반 단체가 3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며 정면충돌했다. 정치권의 결단을 계기로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지만, 완주군민 동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완주·전주 통합반대 완주군민대책위원회는 3일 완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호영 의원의 행정 통합 추진 발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완주군민 동의 없는 통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합은 완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임에도 정작 결정 주체인 군민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며 “정치 일정과 흥정이 군민의 뜻보다 앞서는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회견에는 통합에 반대해 온 완주군의회 의원 11명 전원이 참석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 등 6개 찬성 단체는 같은 날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안 의원의 결단은 전북 발전을 위한 역사적 선택”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전주·완주 통합을 중심으로 전북이 지역 발전의 탄탄대로를 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완주군의회 역시 원만한 통합 의결로 화답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의 재정·행정 지원과 국회의 입법 지원이 신속히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안호영 의원의 입장 변화가 있다. 안 의원은 전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완주 통합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지난해 8월 통합 논의를 ‘정치적 쇼’라고 비판하며 전주·완주·익산을 잇는 ‘전북형 메가시티’ 구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기존 태도와는 정반대다. 이 같은 선회는 통합 찬성 진영에는 전환점으로, 반대 진영에는 ‘군민 배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 의원은 입장 변화의 배경으로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들었다. 그는 “통합 광역권인 5극에 정책과 재정이 집중되는 구조에서 특별자치도는 실질적 지원에서 소외될 우려가 크다”며 “전북이 스스로 발전 전략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을 통해 전북을 하나의 경제·생활권이자 교섭 단위로 키워 중앙정부를 상대로 대등한 지원을 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재정 특전’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주·완주 통합은 기초지자체 통합의 리딩케이스가 될 사안으로, 기존보다 훨씬 두텁고 화끈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청주·청원, 창원 통합 사례를 언급하며 “교부세 6% 수준의 지원으로는 설득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지사는 전북도가 요구해 온 조건으로 △교부세 10%를 15년간 추가 지원 △통합 청사 신축비 최소 1000억원 지원 △통합특례시 지정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광주·전남에 5년간 20조원 지원 방침이 나온 점을 근거로 “전북에도 최소 2조5000억원은 필요하다”며, 전주·완주 통합을 전제로 “연 1조원씩 포괄 지원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구상을 내놨다.
다만, 김 지사는 현재의 갈등 국면에 대해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은 군의회 반대 기자회견이 공개적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정치권과 지자체 등의 소통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군의원들이 입장을 바꾸려면 속도전보다 합당한 명분과 ‘불이익이 없다’는 확실한 보장이 필요하다”며 “속도전보다 재정·제도적 보장을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결국 모든 열쇠는 완주군의회가 쥐고 있고, 군의원들을 설득해야 할 책임도 정치권에 있다”며 “정치인이라면 군의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고, 의지의 문제”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번 사안을 두고 지역에서는 정치적 결단과 주민 동의의 충돌, 그리고 재정 논리로 지역 정체성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향후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역시 군의회 설득 여부를 통합 권고의 핵심 기준으로 보고 있어, 결국 통합의 성패는 완주군의회와 군민 여론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결단으로 다시 불붙은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전북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이제 정치권의 설득력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