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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21세기판 러다이트운동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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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무조건 반대만 해선 안 돼
공존의 길 모색하고 경쟁력과 시장 키워야

지난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협력한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기술을 선보였다. 아틀라스라고 명명된 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중심의 로보틱스로 제조 현장부터 일상까지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임을 현대차는 강조했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을 묶은 피지컬 AI 로드맵까지 공개했는데, 현대차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총 3위에 안착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12월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5년 만에 벌어진 실로 드라마틱한 가치 상승이다.

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산업정보부장
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산업정보부장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자사 공장에 사람과 함께 일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테스트하고 있다. 독일 BMW는 2024년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피규어 AI라는 로봇 스타트업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를 투입, 용접 부품 및 적재 작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벤츠는 앱트로닉사의 아폴로 로봇을 베를린 디지털 팩토리에서 테스트 중이다. 우리가 잘 아는 테슬라도 자사의 옵티머스 로봇을 미국 텍사스 공장에 투입하여 기술검증과 데이터 수집을 하고 있다.

이는 엔디비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주장한 인식 AI→ 생성 AI→추론 AI → 물리적 AI의 4단계 AI 발전 과정 중 마지막 단계가 인류사 앞에 다가왔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혁신의 물결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인지하고 인류가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그런데 CES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아틀라스를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양산 체제로 구축, 미국 조지아주의 HMGMA 자동차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소식지에서는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생산 현장을 지키는 노조 입장이야 예상 가능하지만 생각보다 강한 어조다. 1811~1817년 영국 산업혁명 초기, 섬유 노동자들이 기계 자동화로 인한 실업과 착취에 반발해 방직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운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카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신성한 노동의 가치는 인정받아야 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고 있고 새로운 기술 혁신은 거듭되고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 중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되고 주력 산업이 성숙화됨에 따라 더 이상 노동과 자본의 투입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술 혁신을 통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자본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피지컬 AI 즉,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이다. 이런 기술 혁신이 나의 파이를 뺏어갈 것에 대한 두려움에 무조건적인 방어를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지난 7년간 금융규제 샌드박스 업무를 하면서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 혁신의 등장이 충돌하는 사례를 자주 봐왔다. 빅밸류, 공감랩과 같은 AI를 활용한 부동산 담보가치 산정 스타트업이 등장하자 감정평가사협회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나 2년 후 불기소·불송치 처분됐다. 로톡이라는 법률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론칭한 후, 관련 협회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당했으나 5년 동안 모두 검찰·경찰 무혐의·불송치·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되었다. 반대로 새로운 기술 혁신을 받아들여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하고 확장한 사례도 셀 수 없이 많다.

아틀라스는 창의성과 이성적 감정을 가지고 노동하는 인간의 인간다움과 반복적이고 위험한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의 강점을 서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의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전략이다. 이제는 인간과 AI기술의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우리 시대의 핵심가치가 아닐까 싶다. 막연한 두려움에서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다.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경쟁력과 시장을 키울 때 내일도 일할 수 있는 희망이 이어질 수 있다. 4등과 격차를 벌리며 글로벌 빅3를 수성한 지난해보다 압도적인 1, 2등에 도전하는 현대차 미래는 인간과 피지컬 AI 로드맵의 조화에 있다.

 

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산업정보부장